‘당신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회복과 영광, 인내와 자부심, 불안과 웃음, 의미와 혼돈,
떠받들어진 사건과 잊힌 사연들 속에서 현대 중국을 발굴하다
고대세계 갑골문자부터 톈안먼의 혁명 정신까지—
역사 이래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해온 아시아의 초강대국 중국. 이곳을 찾은 미국인
저널리스트 피터 헤슬러는 마을과 거리의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급변하는 중국의
인간적 측면을 생각한다. 고대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우아하게 오가는 이 책은
우리 눈앞에서 중대한 변혁을 겪고 있는 거대 제국의 영혼을 펼쳐 보인다.
세계사에서 이름난 중국통 기자들이 있다. 한국인 혁명가 김산(본명 장지락)을 22차례나 인터뷰하여 그의 일대기를 복원한 미국 기자 님 웨일즈Nym Wales(1907~1997), ‘3S’라 불리는 애나 스트롱Anna Louise Strong(1885~1970), 스메들리Agnes Smedley(1892~1950), 에드거 스노Edgar Snow(1905~1972)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중국 대륙의 혁명 시기 리더들을 인터뷰하고 서방 세계에 알린 기자들이다.
최근 이 목록에 추가될 만한 인물이 있다. 프리랜서 기자이자 작가인 피터 헤슬러Peter Hessler(중문명 허웨이何偉)다. 1969년 6월 14일 미국 미주리주 콜롬비아에서 태어난 그는 프린스턴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옥스퍼드대학에서 영국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7세 때 평화봉사단Peace Corps의 일원으로 중국에 파견되어 2년 동안 푸링사범전문대학(지금의 창장사범학원長江師範學院)에서 영어를 가르쳤으며 이후엔『뉴요커』베이징 주재 기자 및『내셔널지오그래픽』『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장기간 기고했다. 2011년에 이집트 카이로로 떠나 이집트 혁명을 취재해 책을 펴냈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중국의 교육 시스템을 건드렸다가, 중국 정부에 의해 영구 추방되는 사건을 겪었다. 2024년에 영어로 출간될 책에 그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그의 아내는 1991년에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레슬리 창Leslie T. Chang이다. 그녀도 중국을 소재로 글을 쓰는 미국 작가인데 저작으로『공장의 소녀들Factory Girls: From Village to City in a Changing China』(2008)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로부터 ‘현대 중국에 대해 가장 통찰력 있는 서구 작가’라는 호평을 받은 피터 헤슬러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동안 중국에 머물면서 인터뷰하고 여행하면서 겪은 체험담을 중국 르포 3부작『리버 타운』『갑골문자』『컨트리 드라이빙』에 담아 출판하여 여러 차례 도서상을 받았고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 했다. 그 가운데 『리버 타운-양쯔 강에서 보낸 2년』과 『컨트리 드라이빙』은 이미 국내에 번역, 소개되었다.
중국 3부작 중엔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갑골문자Oracle Bones: A Journey Between China’s Past and Present』(2006)는 20세기와 21세기가 교차하는 경계선상에서 중국 대륙 각지와 타이완, 홍콩, 미국 등지를 몸소 발로 뛰며 취재한 일종의 여행문학 작품에 속한다. 참고로 신장웨이우얼 문제를 큰 주제로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헤슬러의 3부작 중 유일하게 대륙판이 나오지 않았다.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출신 이슬람교도들의 ‘동투르키스탄’ 독립 관련 활동을 정국 정부에서 용납할 리가 없는 탓이다. 타이완에서만『갑골문甲骨文: 시공 속을 떠돈 신생 중국流離時空裡的新生中國』이란 제목으로 2007년에 간행되었다.
이 책은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고 24개의 키워드를 제시하여 서술하고 있는데, 중점은 이슬람교도인 폴라트의 삶과 한 갑골문 학자의 삶에 대한 끈질긴 추적 인터뷰에 놓여 있다.
이 책은 20세기 말인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중국, 미국, 신장이나 타이완 각지를 답사하며 연구한 논픽션 작품이다. 활동 범위가 넓었던 만큼 이 책에서 언급한 장면과 인명은 부지기수다. 대표적인 것으로 중국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허난 안양(갑골문 발굴 현장), 난징(베오그라드 중국대사관 폭격에 대한 시위), 톈안먼 사건 10주년 기념일 취재, 단둥의 북한 관련 취재, 백두산 유람, 불야성의 도시 선전, 창춘의 전분 제조 공장, 푸저우 연해의 밀입국 브로커, 톈안먼 광장의 파룬궁 시위 장면, 홍콩, 베이징 후퉁 쓰허위안 철거 현장 취재 등과 민감한 시기였던 1999년 5월의 나토 폭격 사건, 베이징 올림픽 주최권 유치 과정, WTO 가입 신청의 최후 단계, 2001년 남중국해 해상 영공의 충돌 사건, 9·11 세계무역센터 폭파 사건, 동투르키스탄 문제, 미국 대통령 부시의 중국 방문 등이다.
인터뷰한 사람으로는 위구르족 폴라트와 그의 친구들, 고고학자 징즈춘, 난징대학살 기념관의 비둘기 관리인, 중국 고대문화 연구가 임레 갈람보스, 한국전쟁에 참전한 노병, ‘살아 있는 사전’이라 불리는 타이완의 갑골학자 스장루, 안양고고발굴단 단장 탕지건, 선전방송국의 라디오 진행자 후샤오메이, 소설가 먀오융, 베이징의 자오징신, 청동기 연구가 로버트 배글리 교수, 고고학자 쉬차오룽, 싼싱두이 황금 가면 발견자 쉬원추, 쓰촨성박물관 부관장 천셴단, 안양의 고고학자 양시장, 미국인 화교 우닝쿤, 자오 선생을 통한 갑골문 학자 천멍자의 생애 추적, 갑골문 학자 데이비드 키틀리, 베이징 시 부시장 류징민, 2008년에 열린 제29회 베이징올림픽에 관한 취재, 농구 선수 출신의 방송인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에도 참여했던 쉬지청, 미국 인류학자 존 맥칼룬, 역사학 교수 앨프리드 센, 시퉈구 지역 촌장 선거 장면에서 만난 주민과 경찰, 갑골문 학자 다카시마 겐이치 교수, 외교부의 스장타오, 타이완 민진당 국제사무부 주임 톈신, 타이완 신주시 부시장 린정제, 타이완 무소속 입법위원 천원첸, 타이완 중앙연구원 인류학자 스레이, 미국의 ‘라디오 프리 아시아’의 특파원 메메 오메르 카나트, 상하이박물관의 마청위안, ‘하상주 단대공정’의 책임자이자 고문자 학자 리쉐친, 미국 언어학자 존 드프랜시스, 원로 언어학자 저우유광, 인빈융, 왕쥔, 교육부 관리 장롄중, 천멍자의 동생 천멍슝, 워싱턴의 알링턴 국립공동묘지, 천멍자의 제자 왕스민, 우웨이박물관 관장 톈즈청, 중국학 교수 빅터 메이어, 영화감독 장원 등이 있다.
피터 헤슬러는 한번 집을 나서면 보통 2주간 여행길에 올랐다. 그는 인터뷰와 유람을 통해 그 체험을 창작으로 승화시킨 탁월한 스토리텔러다. 빌 게이츠가 신혼여행으로 베이징에 와서 마오쩌둥의 개인 기차를 전세 내어 우루무치로 갔다가 미라를 참관했던 일, 영화「귀신이 온다」에 관련된 숨겨진 이야기, 소수민족에 대한 지대한 관심, 제자에 대한 사랑과 배려 등이 흥미롭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들로 떠낸 스웨터 같은 책이다. 그는 매 학기마다 백 통의 편지를 이전의 제자들에게 보내 격려와 조언을 하고, 해마다 최소한 한 번씩은 푸링에 가서 제자가 현재 가르치고 있는 학교로 가서 제자의 수업을 직접 참관하기도 했다. 이 책엔 하룻밤에 생겨난 도시 선전과 상인의 도시 원저우 등 제자의 눈으로 관찰한 것을 가지고 대화를 하듯이 묘사한 대목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