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라이터

리처드 포드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1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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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스포츠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한 가지!
인생은 항상 자연스럽고 납득할 만한 결론으로 끝나지 않는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리처드 포드가 그려내는 삶 그 자체의 미스터리. 아들이 죽고 결혼이 끝장난 뒤 맞닥뜨린 상실감과 냉소, 그 치유할 수 없는 공허함 속에서 부활절 주간에 일어나는 놀랍고도 감동적인 이야기!

당대 미국인의 일상을 사실적이고 빈틈없이 그려내는 특별한 작가 리처드 포드.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치밀하고 섬세하게 삶의 결을 따라가며 특출한 대화 능력과 감동적인 문체로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가 바로 리처드 포드이다. 1976년 내 마음의 한 조각을 발표하며 데뷔했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그는 1986년 바로 이 소설 스포츠라이터를 내놓으며 작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 그리고 1995년 출간한 스포츠라이터의 후속작 독립기념일로 퓰리처상과 펜/포크너 상을 수상하며 명실 공히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반열에 들어섰다.
소설가 토비아스 울프가 “삶에선 희귀하고 소설에선 거의 멸종되다시피 한 새와 같다”고 극찬한 리처드 포드의 스포츠라이터는 주인공 프랭크 배스컴이 부활절 주간 나흘 동안 겪는 일상을 통해 현대 미국 사회의 모습, 가족과 종교의 문제, 개인의 소외 현상,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치열하게 파고 들어간다. 섬세한 심리 묘사와 대화, 독백 등을 통해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과 익숙한 풍경이 순간 낯설게 느껴지는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며 강한 여운을 남기는 감동을 전해준다.

스포츠라이터의 독백-‘영원한 삶이란 거짓말이다’
스포츠 기자 일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이 하나 더 있다면, 인생에 초월적인 주제는 없다는 것이다. 그 무엇이든 우리에게 다가왔다 싶으면 어느새 스쳐 지나가버린다. 또 그것으로 충분하다.(본문 중에서)

서른여덟인 프랭크 배스컴은 사람들, 특히 남성들을 면밀히 관찰함으로써 생계를 꾸려가는 스포츠 기자이다. 전적으로 자기 안에 파묻혀 살아가는 이 남성들의 삶은 프랭크가 역시 열망하는 삶이기도 하다. 그러나 프랭크는 자신의 경력, 아들, 그리고 결혼생활을 잃은 뒤 치유할 수 없는 어떤 공허함, 이따금씩 엄습해오는 가슴 시림에 시달리며 아슬아슬한 일상을 보낸다. 원래 직업이던 소설쓰기도 그만두고 기존의 이상과 희망을 믿지 않으며 오직 현재의 순간과 감정 속에서만 살아가는 것이다. 그는 인생에 스포츠 이상의 진리라곤 없으며 스포츠가 보여주는 모습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여긴다. 또한 죽은 아들을 추모하기 위해 전처와 묘지에서 만나지만 한편으로는 아들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갈망한다. ‘당시에, 아니 지금까지도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사실은 오직 나 자신의 인생뿐이다’라고 독백하는 그는 아무것도 믿지 않고 오직 형식적인 관계만을 맺으며 스스로를 소외시킨다. 작가로서의 영감도 잃어버렸고, 더이상 타인의 삶을 궁금해하지도 이해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가 스포츠 기사를 쓰는 이유는 소외된 삶을 견디고 고통을 완화하는 최선의 방법일 뿐이지만, 그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상실과 죽음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대처하는 법
순간의 감정만이 유일한 현실이므로, 배스컴은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한다. 열여덟 명의 여자와 관계를 갖고 대학 강사 같은 전혀 다른 일을 해보는가 하면, 새로운 도시에서 의미 없는 연애에 파묻히기도 한다. 의미 있거나 유일한 관계는 없으므로, 만나는 사람뿐 아니라 생각과 감정도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한다.

선택해야 할 것은 아주 많다. 비록 전혀 아는 바는 없지만 호감을 느낄 만한 일들이 나를 기다린다.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흥분해서 가슴이 마구 설렌다. (……) 이보다 더 나은 것이 있을 수 있는가? 더 신비로운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더 기대할 만큼 가치 있는 다른 일이 있는가? 없다. 전혀 없다.(본문 중에서)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냉혹한 삶의 진실과 결정적으로 맞닥뜨린 그는 고정된 과거나 영원한 가치가 지배하는 미래가 아닌 현재에서 구원받으려 한다. 새로 사귀게 된 연인 비키도 소외감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일종의 도구일 뿐이다. 이혼남 클럽 회원들과 모임을 갖거나 점을 보러 밀러 부인을 찾거나 교회를 찾아가는 심리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만 온 힘을 기울인다. 그러나 그와 관계를 맺는 이들은 그의 태도에 상처입고 그 또한 그 관계들에서 만족 대신 좌절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냉소주의를 깨닫고 인생에 대한 신뢰와 냉소 사이에서 미묘한 갈등을 느낀다.

그렇다, 냉소다. 난 늙은 이아고보다 더 냉소적이 되어버렸다. 평생 저 터널 끝에서 오직 자기 자신만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즉 자기애만 추구하는 것보다 냉소적인 삶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당혹스러웠다.(본문 중에서)

거짓말이 불가능한 유일한 진실은 바로 인생 그 자체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떤 형태로든 상실의 기억을 갖고 있다. 기존 질서는 해체되었고, 많은 이들이 이혼을 하거나 뜻 없는 죽음 혹은 사고를 겪는다. 비키의 아버지나 어머니도, 전처의 부모도, 이혼남 클럽의 회원들도 그러하며, 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허브도 마찬가지다. 공동체는 사라졌고, 종교도 이상도 구원자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 가운데 냉소주의를 비판하는 친구 월터 러켓과의 만남은 배스컴을 혼란스럽게 한다. 안전한 보호막으로서 세상과 인간관계에 거리를 두고자 하는 배스컴과는 달리 월터는 타인에 대한 연민과 관계에 대한 애착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그래서 배스컴은 월터에게서 달아나려 한다. 하지만 주변 상황이나 인물들이 그가 벗어나고자 하는 죽음과 상실이라는 인생의 냉혹함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그는 그저 안락하고 자족하는 일반적인 미국인의 삶, 그 활기와 생기를 추구했을 뿐이다. 비키와의 만남을 통해 꿈꾸었던 것도, 스포츠 기사를 쓰면서 지키려고 한 것도 이러한 안온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부활절 주일, 비키의 집을 방문해 프러포즈를 하려는 순간 그는 월터 러켓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이 자살 소식과 함께 배스컴이 지탱해온 삶의 방식은 완전히 무너지고 그는 적나라한 곤경의 순간에 끈질기게 피해왔던 죽음과 구원의 문제에 다시 봉착한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긴 조문
나는 전혀 조용히 죽지 않았던 내 아들 랠프를 생각했다. 랠프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고 있는 힘껏 큰 소리를 냈으며 광포함에 싸여 저주의 말을 내뱉거나 농담까지 했다. 그리고 아들에 대한 내 조문은(우주인은 이제 막 시작이겠지만) 마침내 끝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통함과 진정한 슬픔은 상대적으로 짧다. 다만 조문은 길어질 수 있다.(본문 중에서)

그는 심리적 방황 속에서 자기 안에 묻어두었던 고통의 근원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새롭게 삶을 시작하고자 한다. ‘결국 인생은 한번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라는 독백을 던지며 ‘답이 없는 질문이 존재하듯이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는 인생도 있다’는 인식을 갖고 조금씩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어찌 보면 이 소설은 배스컴을 그 모든 삶의 혼란으로 빠뜨렸던 아들의 죽음에 대한 긴 조문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예수가 다시 살아난 부활절 주간 동안 죽음과 구원이라는 문제에 끊임없이 천착하며 방황하다 마침내 인생의 껍질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맞는다. 그것은 ‘뭔가 느슨해지는 느낌, 풀려난 느낌, 가볍게 떠 있는 느낌’이며 ‘빛나는 순간을, 이 차가운 공기를, 이 새로운 생활을, 이 행복한 느낌을 가능한 오래, 아니 영원히 간직하고픈’ 느낌이다. 이는 죽은 아들 랠프가 그에게 준 마지막 선물인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죽음의 문제를 받아들인 배스컴은 이제 희망을 단언하지는 않지만 삶의 또다른 면을 발견하고 새로운 자유를 느끼게 된다.

저자소개

1944년 미국 미시시피 주 잭슨에서 태어났다.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로스쿨에 잠깐 다니던 그는 소설 창작으로 방향을 돌려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잡지 편집자, 대학 상사, 스포츠 잡지 기자 등의 일을 하다, 1986년 『스포츠라이터』를 발표하면서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그리고 1995년 발표한 『스포츠라이터』의 후속작 『독립기념일』로 퓰리처상과 펜/포크너 상을 수상하며 명실 공히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반열에 들어섰다.
리처드 포드는 동시대의 미국 사회를 날카롭고 냉정한 시선으로 치밀하게 그려냄으로써 ‘가장 미국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작으로 『내 마음의 한 조각』(1976) 『절대적인 행운』(1981) 『와일드라이프』(1990) 『지형』(2006) 등 장편소설과 『록 스프링』(1987) 『여자에게 약한 남자』(1997) 『수많은 죄』(2002) 『빈티지 포드』(2004) 등 단편소설집이 있다.

목차소개

스포츠라이터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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