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까지 만난 모든 남자를 총으로 쏘는 꿈을 꿔요.”
래디컬 페미니즘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인물
앤디 워홀 암살 미수범
밸러리 솔래너스, 그녀는 누구인가?
“이 안에는 텍스트로 체험할 수 있는 모든 감각적 경험이 있다.
단순히 읽기를 넘어서는 이 특별한 경험을
모두에게 추천한다.”_조예은(소설가)
“미국의 위대한 문화 아이콘의 삶과 시대에 대한 눈부신 재-상상.”_비비언 고닉(작가)
밸러리』를 통해 스트리츠베리는
북유럽 현대문학의 가장 훌륭한 작가임을 증명했다.
_아프텐포스텐(노르웨이)
“그 질문은 틀렸어요. 옳은 질문은 이거죠. 그 여자는 왜 총을 쏘지 않지? 도대체 왜 총을 쏘지 않지? 그 여자의 모든 권리가 공격받고 있었어요. 강간당한 여자 아기나 강간당한 여자 동물과 같은 상태. 그런데 왜 그들은 총을 쏘지 않나요? 난 정말이지 모르겠어요, 닥터 쿠퍼. 내가 안다면 우린 여기에 앉아 있지 않겠죠.” _본문에서
북유럽 현대문학을 이끌어가는 작가 사라 스트리츠베리의 장편소설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된다. 미국의 급진적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밸러리 솔래너스의 삶을 다룬 작품으로, 2007년 북유럽이사회문학상을 수상하고 2019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 밸러리 솔래너스라는 인물과 그녀의 삶에 흥미를 느낀 스트리츠베리는 밸러리의 대표작 『SCUM 선언문』을 스웨덴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스트리츠베리는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노벨위원회 종신회원 열여덟 명 중 열세번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노벨위원회 설립 이래 최연소 종신위원이었다. 그러나 2018년 노벨위원회에 장클로드 아르노 스캔들이 불거지고, 사무총장 사라 다니우스가 피해자 지지를 선언하며 위원회를 떠났다. 그러자 스트리츠베리도 다니우스와의 연대를 표명하기 위해 종신위원직을 내려놓았다. 사라 스트리츠베리는 소설, 희곡, 동화, 번역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고유의 작품세계와 실험적인 스타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기억해…… 기억해……
나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정신이 온전한 여자라는 걸 기억해.”
난 전두엽 절제술을 받은 번식용 암소 같은 삶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내 주위의 세상은 그런 나를 받아들일 수 없었지. _본문에서
1968년 6월 8일,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작업실 ‘팩토리’, 어느 여성이 앤디 워홀에게 총구를 겨눈다. 총알은 워홀의 복부를 관통했다. 이때 입은 심각한 부상으로 워홀은 죽을 때까지 정기적으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앤디 워홀을 쏜 사람은 밸러리 솔래너스. 그녀는 이전에도 팩토리를 드나들었으며 워홀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워홀이 자신의 희곡 「똥구멍이나 쑤셔라Up Your Ass」를 훔쳤기 때문에 총을 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워홀은 그녀의 희곡에 관심이 없었고, 단지 그녀가 건넨 원고를 잃어버렸을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솔래너스는 워홀이 그녀의 희곡을 훔치기 위해 자신을 의도적으로 배척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희곡을 되찾기 위해 오랜 기간 워홀을 스토킹했다. 앤디 워홀 살인미수죄로 기소된 재판에서 솔래너스는 정신분열증 환자라는 점이 참작되어 3년간 정신병원 치료감호을 처분을 받았다.
밸러리 솔래너스, 그녀는 누구인가? 1936년 4월 9일 조지아주 벤터에서 태어났다. 앤디 워홀을 저격한 당시 나이는 32세였다. 래디컬 페미니스트이자 그 시절에는 흔치 않은 공개적인 레즈비언. 직업은 일정치 못했는데, 공식적으로는 무직이었고 그녀 자신의 말에 의하면 작가였으며 매춘으로 생계비를 벌었다. 그녀가 쓴 『SCUM 선언문』을 두고 페미니즘계에서는 “유머 혹은 패러디”라며 옹호했지만 그녀 자신은 “몹시 진지하게” 쓴 글이라고 반박했다. 암살미수 사건 이후 래디컬 페미니스트들로부터 열렬한 반응을 얻기도 했으나 정작 솔래너스 자신은 그들과 철저히 거리를 두고자 했다. 어린 시절 친부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메릴랜드대학교에서 국가장학생으로 심리학을 공부하다 중퇴했다. 편집증적 조현병을 앓으며 여생 동안 정신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1988년 어느 낡은 호텔에서 홀로 세상을 떠났다.
“이게 내 인생이에요.
내 인생에서 도망치고 싶지 않아요.
난 밸러리 솔래너스라고요.”
난 내가 싫지만 죽고 싶진 않아. 사라지고 싶지 않아. 돌아가고 싶어. 누군가의 손을, 어머니의 손을, 여자의 팔을 간절히 원해. 아니면 아무 목소리라도. 햇빛을 점점 가리는 이 암흑만 아니라면 뭐든 좋아. _본문에서
작가는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밝힌다. “『밸러리』는 전기가 아니며, 지금은 세상을 떠난 미국인 밸러리 솔래너스의 삶과 저작에 기반을 둔 환상문학이다. 밸러리 솔래너스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많지 않으나 이 소설은 그나마도 충실히 재현하지 않았다. 따라서 소설 속 인물들은, 밸러리 솔래너스 자신을 포함해, 모두 허구의 산물로 간주해야 한다.” 스트리츠베리는 문제적 인물 밸러리 솔래너스에게 매료되었다. 작가는 홀로 죽어가는 밸러리가 있는 호텔방으로 간다. 2인칭 관찰자가 되어 밸러리의 인생을 보고 그녀의 말을 듣는다. 사라 스트리츠베리의 도발적인 사유와 시적인 문체를 통해 밸러리의 삶과 환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밸러리 솔래너스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그녀는 왜 앤디 워홀을 총으로 쏘았을까? 그녀는 예술가 혹은 운동가일까? 아니면 그저 정신이상자일 뿐일까? 그녀는 그렇게 쓸쓸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을까? 밸러리 솔래너스의 마지막에 대한 또다른 가능성을 찾기 위해, 작가는 귀를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