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양의 사상적 행적이
곧 중국현대사상사의 한 부분이다”
중국사상의 리더 간양,
민족 너머 문명에서 길을 찾다
마오쩌둥-공자-덩샤오핑을 잇는
‘유가사회주의공화국’
‘문화영수’ ‘신좌파’ 등으로 불리며 사상계를 종횡무진 활약했던 논객 간양의 중국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담았다. 간양의 강연록, 인터뷰, 기고문 가운데 핵심적인 것을 추리고 이를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 ‘문명’ ‘국가’ ‘대학’을 제목으로 삼았다. 이 책에서 간양은 민족-국가를 넘어 문명-국가로 나아가는 것을 새로운 중국의 과제로 제시한다. 국가는 그 과제의 주체이며 대학은 그 교육과 실천의 장이다. 간양이 주창한 ‘문명-국가’, 이른바 ‘유가사회주의공화국’은 마오쩌둥-공자-덩샤오핑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사회주의-문화적 보수주의-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새로운 사상해방에 근거한다. 이 사상해방은 중국의 역사문명에 대한 재인식과 함께 서구에서 설정한 사고방식과 서구에서 제기한 문제에 따라 생각하는 습관을 버리고, 중국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사유할 것을 촉구한다.
민족국가에서 문명국가로의 전환, 다시 복고를 말하다
간양이 중국의 새로운 과제인 ‘문명국가’와 대비하는 것은 명실공히 20세기 중국의 과제였던 ‘민족국가’다. 간양은 근대화 초기 생존을 위해 택해야 했던 민족국가의 노선이 다만 단기적인 과제이자 근대화의 첫 단계에 불과하며 중국의 장기적 비전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근대적 민족국가가 되기 위해 서양을 열렬히 학습하고 중국 문명을 철저히 폐기했던 것을 벗어나 반대로 중국 문명을 재인식하고 부흥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 결과로 기대되는 것은 바로 ‘문명국가’의 등장으로, 이것이야말로 근대화의 완성 단계라는 것이다. 간양의 주장은 사실 낯설지 않다. 문명의 재인식이란 동아시아에서 줄곧 외쳐져온 문명적 ‘복고’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간양 또한 자신의 길이 새로운 복고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복고가 중국연속성을 반영한 혁명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진정한 함의란 ‘유가사회주의공화국’이다
그렇다면 간양의 복고는 무엇인가? 『맹자』를 읽고 『당시 삼백수』를 외는 것이 근대화를 이루는 복고의 전부일 수는 없다. 간양은 대니얼 벨의 사상을 참고하여 공자로부터 내려오는 유가적 전통은 물론, 마오쩌둥으로 대변되는 사회주의 전통, 덩샤오핑이 상징하는 개혁개방의 전통까지 포섭하는 새로운 복고를 주창한다. 그러나 이는 모든 역사를 무차별적으로 껴안고 가겠다는 단순한 발상은 아니다. 간양은 그 우선순위를 정치적 사회주의, 문화적 보수주의, 경제적 자유주의로 설정하며 이때 각각 전자는 후자를 이루기 위한 필요조건이 된다. 사회주의 정치의 제도가 유가 문명의 버팀목이 되고, 유가 문명은 다시 경제적 자유화가 식민주의나 노예화로 기울지 않게 하는 잣대가 된다. 간양은 이 세 가지 전통의 융합을 ‘통삼통’(通三統)이라고 일컬으며, 개혁개방 이후 외면해온 전통 문화와 사회주의 정치의 가치가 이미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 안에 구현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중화는 곧 문명이며 인민공화국이란 바로 이 나라의 주인이 노동자와 농민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제2차 사상해방과 ‘중국의 길’
새로운 사상해방은 사회주의, 보수주의, 자유주의 세 가지 전통의 융합으로 구축된 중국인의 새로운 자기정체성에 기반한다. 여기서 간양은 새로운 사상해방을 말하며 중국인들에게 서양국가를 학습하는 학생의 신분과 서양의 질문에 대답하는 수동적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를 스스로 제기할 것을 촉구한다. 그러나 이는 제1차 사상해방이 전통 문명을 배척했던 것처럼 서양 문명에 대한 전면적인 배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2차 사상해방은 오히려 서양국가를 더 깊이, 제대로 연구할 것을 요구한다. 다만 그 중심에는 반드시 중국이 있어야 하며, 이로써 새로운 ‘중국의 길’이 열릴 수 있다. 간양은 묻는다. ‘수천 년의 문명을 보유하고 100여 년의 현대 역사를 가진 중국은 도대체 어떤 국가인가? ‘중국은 어떤 국가가 되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