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이어지는 것이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새로운 세상일 것이다”
디자인은 자연 속에 이미 존재한다
폭스바겐의 골프, 현대자동차의 포니 등을 디자인한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조르제토 주지아로 강력 추천!
“미래의 디자인은 자연의 이치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며, 따라서 자연에서 배우는 일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 자연이라는 최고의 디자인을 연구한 그에게 진심으로 최고의 찬사를 보낸다.”
_조르제토 주지아로(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의 거장)
티뷰론, 쏘나타, 싼타페…
현대자동차를 이끈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한국 자동차 디자인 역사의 대부가 바라본 자연 그리고 디자인
아직 우리 힘으로 디자인한 자동차가 없던 시절, 저자는 우리만의 자동차 디자인을 꿈꾸며 한국인 최초로 영국 왕립미술대학원(RCA)에 입학한 뒤 수석으로 졸업했다. 한국 자동차 디자인의 암흑기나 다름없던 1979년부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2003년까지 약 25년간 현대·기아자동차 디자인을 이끌며 스쿠프, 티뷰론, 쏘나타, 싼타페, 아반떼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자동차들을 디자인했다. 저자가 현대자동차에 입사할 당시에는 디자인 부서라 부를 만한 별도의 조직이 없다시피 했다. 그러다 직접 디자인 전문조직을 만들고 이를 지금의 디자인센터로 끌어올리면서, 이전과는 다른 더욱 진화된 자동차 디자인을 선보여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임원에 오르는 등 산업디자인의 위치를 격상했다.
저자는 현대·기아자동차 디자인연구센터장을 거쳐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장, 대한민국산업디자인협회장, 대한민국브랜드학회장을 역임한 한국 자동차 디자인의 거장이다. 현재는 국내 최초의 자동차디자인미술관인 FOMA의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FOMA(Form of Motors And Arts)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자동차디자인미술관으로 디자인의 결과물보다 결과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특히 번뜩이는 영감을 보여주고자 저자가 사비를 들여 직접 세웠다. 이곳에서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보고, 듣고, 느낀 경험과 철학을 일반 시민과 디자이너 후배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나는 세상을 거꾸로 살아왔습니다”
자연에서 발견한 디자인
우리 손으로 디자인한 자동차가 한 대도 존재하지 않고 함께 일할 만한 디자이너도 많지 않던 시절, 저자가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우뚝 설 수 있게 해준 건 ‘자연’이었다. 어릴 적부터 자연에서 뛰놀며 온갖 동식물을 보고 만지며 자란 그는 자연스럽게도 디자인의 영감을 자연에서 얻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많은 것이 자연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였다. 오늘날의 배가 인류 최초의 배인 갈대배의 디자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앵무조개는 아무렇지 않게 황금비율을 품고 있다. 벨크로는 도깨비바늘(도깨비풀)에서 왔고, 마디가 따로 움직이는 게 다리와 굴삭기는 꼭 닮았다. 그뿐 아니라 하나씩 어긋나 있는 상어 이빨은 톱의 모양이 절로 떠오르고, 풍뎅이 등짝은 구두코에 그대로 옮겨 갔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물구나무선 인생’이라고 말한다. 이토록 많은 것이 자연을 본뜬 것인데 엉뚱하게 디자인을 먼저 배웠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처럼 물구나무선 디자이너들을 보며, ‘자연’스러움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깊이 안타까워한다. “기계들은 퍽 이성적이어서 고와 스톱, 예스와 노, 업과 다운의 양면성만을 지닐 뿐 ‘슬그머니, 은근슬쩍’과 같은 짓거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빠른 것보다 느리게 하는 것이, 맺고 끊음보다 슬그머니 이어지는 것이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새로운 세상일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오늘날 고민에 빠진 디자이너들에게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디자인은 자연 속에 이미 존재한다고 믿는 이 자연주의 디자이너가 “꼴, 좋다!” 외치며 수집한 자연의 세계로 초대한다.
21세기를 맞이했음에도 우리가 따르거나 흉내 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인류가 만들어낸 문명 속에서 찾아지지 않는 것.
그들 속에는 자잘한 몸짓이 없다.
가오리의 춤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유연함도 없으며, 기계적 몸놀림에 환호와 갈채를 보내는 사이 어느새 당연함이 되어버렸다. _「너울너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