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 좋다! - 두번째 이야기

박종서 | 싱긋 | 2023년 12월 22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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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나는 이 낯선 만남을 소중히 생각한다”

디자인은 손끝과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시작된다

폭스바겐의 골프, 현대자동차의 포니 등을 디자인한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조르제토 주지아로 강력 추천!

“미래의 디자인은 자연의 이치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며, 따라서 자연에서 배우는 일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 자연이라는 최고의 디자인을 연구한 그에게 진심으로 최고의 찬사를 보낸다.”
_조르제토 주지아로(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의 거장)


티뷰론, 쏘나타, 싼타페…
현대자동차를 이끈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한국 자동차 디자인 역사의 대부가 바라본 자연 그리고 디자인

아직 우리 힘으로 디자인한 자동차가 없던 시절, 저자는 우리만의 자동차 디자인을 꿈꾸며 한국인 최초로 영국 왕립미술대학원(RCA)에 입학한 뒤 수석으로 졸업했다. 한국 자동차 디자인의 암흑기나 다름없던 1979년부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2003년까지 약 25년간 현대·기아자동차 디자인을 이끌며 스쿠프, 티뷰론, 쏘나타, 싼타페, 아반떼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자동차들을 디자인했다. 저자가 현대자동차에 입사할 당시에는 디자인 부서라 부를 만한 별도의 조직이 없다시피 했다. 그러다 직접 디자인 전문조직을 만들고 이를 지금의 디자인센터로 끌어올리면서, 이전과는 다른 더욱 진화된 자동차 디자인을 선보여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임원에 오르는 등 산업디자인의 위치를 격상했다.

저자는 현대·기아자동차 디자인연구센터장을 거쳐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장, 대한민국산업디자인협회장, 대한민국브랜드학회장을 역임한 한국 자동차 디자인의 거장이다. 현재는 국내 최초의 자동차디자인미술관인 FOMA의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FOMA(Form of Motors And Arts)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자동차디자인미술관으로 디자인의 결과물보다 결과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특히 번뜩이는 영감을 보여주고자 저자가 사비를 들여 직접 세웠다. 이곳에서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보고, 듣고, 느낀 경험과 철학을 일반 시민과 디자이너 후배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디자인은 손으로 하는 것입니다”
저자가 스케치북을 사러 들렀던 화방에서 주인에게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요즘은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종이와 연필을 쓰지 않아 화방 문을 닫게 생겼다는 것이었다. 아직도 연필을 깎아 스케치북을 채워나가고 있는 저자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의 디자인은 종이 위에 연필로 끄적이고, 손이 더러워지더라도 점토를 만지고, 오리고 끼워 붙이는 과정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2017년 현대자동차그룹 신입사원 교육에서도 “Busy Hands, Busy Brain!”이라고 외쳤을 정도로 손을 사용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동차디자인미술관 FOMA에서 디자이너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에도 손으로 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직접 연필을 깎고, 깎은 연필로 스케치하고, 스케치를 바탕으로 목업을 만들어보는 과정에서 손끝에서 탄생하는 디자인의 보람을 느끼도록 돕는다. 한국 최초의 콘셉트카 HCD-1 역시 저자의 목탄 스케치에서 탄생했다. 이 콘셉트카가 상어를 닮은 티뷰론으로 이어졌으니 말 그대로 ‘손끝’에서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손은 디자이너에게 있어 무엇보다 뛰어난 도구이다.

“손가락 마디마디, 팔목이 중심이 되면 웬만한 작은 곡선은 컴퍼스처럼 정확하고 빠르게 그릴 수 있고, 팔꿈치, 어깨, 허리를 축으로 선을 그으면 흔들리거나 떨리는 곡선이 없이 실제 크기의 자동차를 그릴 수 있어요. 손짓이 빠를수록 곡선의 완성도가 높아지죠. 아무리 빨리 그어도 목탄은 제 몸을 바삐 갉아 종이에 내어줍니다. 사각사각 첫눈 밟는 소리도 나고요. 손은 이 발자국 소리를 모두 기억합니다.”
_「고래를 닮은 차」에서


‘꼴’에서 찾은 ‘값’비싼 디자인
“꼴, 값하네!”
저자는 종종 엉뚱하다고 할 수도 있는 것에 시간을 쏟는다. 벌레들이 갉아 먹어 생긴 죽은 나무 밑동의 흔적을 한 장의 그림처럼 감상하고, 마호가니의 썩은 속부분을 긁어내 미니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터널로 만든다. 우연히 귀퉁이가 닳아 없어진 프레스코화를 보고는 직접 돌을 깨 다양한 색을 만들어 온전한 작품을 재현해내고, 동서남북으로 뻗친 암태도의 호랑가시나무 잎을 이리저리 궁리하여 거대한 크기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누군가 그런 일을 왜 하냐고 물으면 ‘그냥!’이라 답하는 저자에게 디자인은 답이나 이유가 없는 즐거움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꼴’에서 생각지 못한 디자인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뿐이다.

“어릴 적에는 무지개가 우물끼리 다리를 놓아 연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만도 했던 것이 무지개는 넓은 들판을 건너뛰고 산등성이를 훌쩍 넘어가고
냇물도 건너서 이 동네, 저 동네를 이어주었기에 나름대로 이웃 동네 누구네
우물에서 나와서 면사무소 우물로 들어갔을 거라고 짐작하곤 하였다.
우물이 깊어야 샘물도 색깔도 많이 나올 거라고,
학교 우물에도 우리집 우물에도 어미 가재 새끼 가재 가리지 않고
잡히는 족족 우물 속으로 던졌다. 깊게 깊게 샘을 찾아 파고들어 가라고…….”
_「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에서

일곱 빛깔의 찬란한 무지개를 보고 이쪽 우물과 저쪽 우물이 다리를 놓아 연결한 것이라 생각하고, 우물이 깊으면 색깔도 많이 나올 테니 우물을 만나는 족족 가재를 던져 샘이 더 깊어지기를 바랐던 사람이 비단 저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호기심과 관심으로 점철된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수많은 발명품이 탄생했듯 우리 주변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많은 것이 숨겨져 있다. 저자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디자인이 자연에서 얻은 것이라면, 미래의 디자인도 자연에서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저자처럼 부지런히 눈과 손을 사용하는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박종서
자동차는 물론 제대로 된 산업 시설도 드물었던 1970년대부터 현대자동차의 디자인을 이끈 한국 자동차 디자인 역사의 대부이자 산증인이다. 한국인 최초로 영국 왕립미술대학원(RCA)에서 운송 디자인을 공부하고 온 그는 이후 우리 손으로 직접 디자인한 스쿠프, 티뷰론, 쏘나타, 싼타페 등을 개발했다. 현대·기아자동차 디자인연구소 부사장 시절부터 자연과 생물에서 얻은 영감을 디자인에 연결하면서 대한민국 자동차 디자인 분야의 초석을 마련했다. 이후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및 조형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현재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자동차디자인미술관 FOMA의 관장으로 있다. 이곳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자동차 디자인을 주제로 미술관을 기획·운영하며 그가 몸소 체험한 디자인 역사의 흔적과 경험을 대중과 함께 나누고자 여전히 새로운 도전의 문을 두드리는 중이다.
늘 자신의 인생을 물구나무선 인생이라고 말한다. 디자이너로 평생을 살았지만 자연 속에 가장 완벽하고 훌륭한 디자인이 있다는 사실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평생을 디자이너로 살아왔지만, 지금도 자연에서 모든 것을 배우고 모든 영감을 얻고 있다. 지구의 나이로 볼 때 인간은 크리스마스 즈음에 나타난 미력한 존재이니, 앞으로도 그는 풀리지 않는 모든 디자인의 문제를 자연에 묻고 그 답을 얻을 것이다. 컬러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면 늦가을 감나무 잎의 그러데이션을 먼저 관찰해보라고 말하고, 풍뎅이 사진을 찍으려고 며칠을 숲속에서 매복하거나 곤충들의 짝짓기 현장을 귀신같이 포착하는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자연주의 디자이너이다.

목차소개

프롤로그_자연은 언제나 우리를 앞선다

벌레가 그린 그림, 곰팡이가 그린 그림
모자이크 프레스코
기요세
호랑가시
씀바귀 이야기
운두령 양 이빨
Emotional Attachment
유리 상자와 검은 상자
기적의 소나무
국산 1호 차 못난이 트럭
불균형의 앙갚음
황새와 오토 릴리엔탈
고래를 닮은 차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역사적인 하루
비운의 자동차 포니 쿠페
쑥돌
아이들은 빠르다
피아노 디 포르마
뒤로 숨은 디자인 스튜디오
자전거를 먹은 나무
날지 못한 날개
나무 속은 모른다
때까치
유리창과 새
손잡이
Vernacular Design
나팔귀
Run-in-R, 사각이라는 모순
기계 미학
불이 만든 색
빛의 이중성, 색의 이중성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무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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