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쓰는 비밀 일기, 승객들이 그리는 마음의 지도
인생 1회 차, 어색하고 서툴고 당황스러워도
서로가 있어 위로되는 우리들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 “명업식 자기님” ★★★
★★★ SBS 〈궁금한 이야기 Y〉 출연 ★★★
◎ 도서 소개
2022년 4월 27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 승객들의 소소하고 울림 있는 사연들과 승객이었던 박준 시인이 책 제목을 지어준 일화로 화제를 모았던 택시 기사 명업식의 『길 위에서 쓰는 편지 -두 번째 이야기』가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서울의 어지러운 도로망을 누비는 수많은 택시 가운데 승객을 위해 노트를 싣고 다니는 단 한 대의 택시, 그리고 택시 기사의 권유로 짧은 이동 시간 동안 마음속의 진솔한 일기를 적어나가는 승객들. 이 책은 우연히 같은 택시를 탄 이웃들의 사연을 저마다의 꾸밈없는 글로 들려주었던 전작 『길 위에서 쓰는 편지』의 두 번째 책으로, 이른 아침 출근길부터 늦은 새벽 귀갓길까지 승객들이 직접 적은 속 깊은 고백들을 모았다. 전작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이던 시절 잃어버린 일상과 소통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었다면, 이번 책은 코로나 이후 되찾은 일상에서의 크고 작은 고민과 위로를 보여주면서 모두의 평범한 삶을 어루만진다. 흔들리는 택시에서 볼펜으로 때로는 휘갈겨 쓴, 때로는 곧게 눌러쓴 노트에는 초등고등학생의 시험 불안부터 대학생과 취준생의 꿈과 장래, 직장인들의 직장사, 중장년의 가족 걱정, 헤어진 연인에게 띄우는 편지, 돌아가신 부모님께 띄우는 편지 등 200여 승객의 인생 단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삶의 단계마다 같은 기쁨에 젖고 같은 고민을 겪는 이웃들의 솔직담백발랄한 일기를 엿보다 보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주위에 나와 같은 사람이 있어 서로 위로가 된다는 소박하지만 든든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택시 안에서 우리는 모두 시인
비문도 어색한 말도 말이 되는 누구나의 삶
엮은이 명업식은 긴 직장 생활과 사업 후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서울의 복잡한 길 위에서 승객들과의 사소한 시비로 힘들어하던 그는 숱한 회의감 끝에 승객들과 소통하고자, 승객들을 이해하고자 노트를 가지고 다니게 되었고, 몇 날 며칠 어색해서 건네지 못했던 노트는 2019년 10월 모 승객의 글을 시작으로 지금껏 열한 권이 넘는 부피가 되도록 사연을 쌓았다. “마음 가는 대로 적어주시겠어요?” 노트에 편지나 일기를 써달라는 권유를 받은 승객들은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하다가도, 어느새 마음속 어딘가에 숨어 있던 시인 혹은 작가가 튀어나와 어느 문필가보다도 생생하고 함축된 글로 자기 자신의 인생을 풀어놓곤 했다. 살기 바빠서, 쑥스러워서 글로 옮길 기회가 없었을 뿐, 승객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써 내려간 사연 속에는 철학자보다도 깊은 성찰, 종교보다도 풍성한 사랑이 있고, 시인보다도 틀에 박히지 않은 홀가분한 자아가 있다. 택시라는 특별한 공간 속에서 승객들은 틀린 문장, 틀린 맞춤법, 클리셰를 가지고도 평범한 사연을 특별하게 만들 줄 아는 이야기꾼으로 탈바꿈한다.
『길 위에서 쓰는 편지 -두 번째 이야기』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택시에서 쓰는 글의 현장감, 마음속에 눌려 있던 고백의 떨림을 오롯이 담고자 띄어쓰기와 분명한 오자 외에는 손보지 않고 노트 원문을 그대로 실었다. 이 책에 실린 200여 개의 일기는 시인 못지않은 글부터 한국어가 서툰 승객의 글까지 다양하지만, 거기엔 인생 1회 차인 우리의 서툰 일상이 그러하듯 다르고 어색해서 더 크게 와닿는 진정성이 있다.
뻔하지 않은 뻔한 말
난데없이 마음을 흔드는 평범한 일상
‘안녕’, ‘고마워’, ‘좋아해’, ‘사랑해’, ‘건강해’, ‘잘 지내’, ‘힘들어’, ‘보고 싶어’……. 자신의 확고한 취향과 정서를 가진 사람도 기쁠 때, 슬플 때, 힘들 때, 그리울 때, 그러다 누군가와의 소통이 간절해질 때 찾게 되는 것은 이를테면 클래식이나 재즈가 아니라 통속적인 대중가요, 다시 말해 익숙하고 평범한 말들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뻔하게 반복되는 말과 사연에는 단단하게 다져진 공감이 있고, 그런 공감에서 우리는 ‘다름’이 아니라 ‘같음’을 엿보며 위로를 받는다.
어른이 된다면 모든 게 좋을 거 같은 10대가 그립다.
어른이 된 듯하여 어른인 척하던 20대가 그립다.
어른이 되어 생각이 많아진 30대가 버겁다.
진짜 어른이 된다면 이 시간도 그립겠지……. ─2020년 9월 3일의 손님
『길 위에서 쓰는 편지 -두 번째 이야기』에는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200여 승객의 대중가요 같은 일상이 담겼다. 동요부터 발라드, 댄스, 트로트, 거기에 가끔은 코믹 송까지, 승객들이 털어놓는 사연들은 대중가요처럼 불쑥불쑥 희로애락을 오가며 우리의 뻔하고 탁한 일상에 색깔을 입힌다.
◎ 책 속으로
아침 출근길입니다. 다들 힘내시고, 건강하세요. 가끔은 그냥 내리는 비에, 스치는 바람에 힘이 들지만 또 가끔은 그게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인생이 시련이라면 찰나는 행복이듯 늘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기를!
_17쪽
(…) 저는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정말 많이 좋아하는데 용기가 없어서 고백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TV에서 본 것처럼 첫눈에 반했다, 라는 말 안 믿었었는데 이 사람을 본 순간 그 말을 믿게 됐어요. 내가 뭘 먹든 뭘 하든 항상 이 사람 생각이 나고요, 자고 일어나자마자, 자기 전까지도 이 사람 생각을 해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인 거잖아요. 저는 그 사람이 절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사람이 밉지 않을 것 같아요. (…)
_33쪽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보세요. 마음가짐대로 삶은 흘러갑니다. 적을 만들고 살았던 인생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온통 적뿐이더라고요. 앞으로는 사랑의 눈으로 사람을 보아야겠습니다.
_48쪽
규현 씨! 사랑하는 우리 엄마. 엄마도 토요일에 일하면서 딸내미 주말에 일 간다니 그렇게도 속상해하는 우리 엄마. 엄마는 뭘 그렇게 잘 챙겨 먹는다고 연락도 자주 없는 딸한테 매일매일 진수성찬인 울 엄마. 본인이 100만 원이 있으면 101만 원을 나를 위해 쓰는 우리 엄마! (…) 사랑이 뭔지 너무 잘 알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 헌신, 애정, 걱정에 대한 시험이 있다면 엄마 덕에 난 1등급이다. 어디 아플까 항상 걱정이야. 그니까 우리 평생 건강하자! 사랑해, 진심으로 너무!
P.S. 아빠 미안. 아빠도 사랑해ㅋㅋ
_64-65쪽
결혼 30주년, 울 남편 환갑인 오늘! 그동안 고생 많은 울 남편, 원망 많은 세월이었지만 곁에 있어줘서 감사합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남편, 건강 제일로 행복한 웃음꽃 만개하고 소원 만족의 인생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_82쪽
잘 지내지? SNS 보니까 아이도 건강하게 태어났더라! 축하해! 편지를 적으려고 잡아본 펜은 2년 전 그때 이후로 처음이야. 왜 네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지는 모르겠지만, 2년 동안 사람도 사랑도 못 믿고 나 스스로도 못 믿으며 지내다가 어제부로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어. 네 덕분에 조금 더 진중하게 모든 사람을 대하려 했고 그래서인지 더 소중하고 특별한가 봐. 그 시간 동안의 모든 생각을 글로 풀기는 어렵지만 이왕 가장이 된 거 늘 바보같이 네가 행복하길 바랐고, 지금도 같아. 늘 행복하고, 멋진 아빠가 되길 바랄게! 너도, 나도 행복하자! 없던 일처럼!
_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