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를 썼던 헤밍웨이가 지금의 섬과 바다를 어떻게 그려냈을까?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헤밍웨이가 보았던 그때 그곳의 청새치와 상어는 아직 머무르고 있을까, 아니면 다른 서식지를 찾아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잘 지내는지 안부 전하고 싶다. 모든 분야의 환경이 급격히 바뀌고 있는 요즘,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집필한다면, 그 바다에 주인공 청새치와 상어는 그대로 잘 있는지, 아니면 다른 물고기들의 서식지로 변했는지 궁금하다.
헤밍웨이가 그렸던 바다가 청새치와 상어가 아닌 다른 물고기들의 서식지라면, 노인이 85일 동안 사투하는 장면, 매일 아침에 마셨던 상어 간유("지금은 화장품, 기능성 식품 등에서 심해 상어 간유로 마케팅하는 스쿠알렌") 등이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전개될 것 같다. 먼 훗날, 청새치와 상어가 사라진다면 노인과 바다를 읽는 인류 후손들은 고전처럼 청새치와 상어를 연구해 가며 읽을 것 같다.
환경의 변화는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인류가 일상의 편리함을 추구한 결과다. 인류의 욕심에 적극 부응한 과학기술은 지수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인문사회적인 변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 섬 생태계도 기술 발전이라는 거대한 파도의 영향권에서 벗어 날 수 없다. 섬 주민들도 삶의 편리함과 경제논리로 섬을 떠나고 있고, 그 결과 유인도가 무인도로 변하는 속도는 유래없이 가파르다.
우리나라 섬 3383개 중 467개(2022년 기준)만 유인도로 1980년 기준 987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지방소멸 위기의 중심에 있다. 또한 섬 주민 중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은 27.6%(2022년기준)로 전국 평균(17.8%)과 비교해 보면, 섬 인구 상황은 더 심각하고 인구감소 속도 역시 빠르다.
반면, 섬을 영토가 시작되는 영해기점으로 보면 섬은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원점이다. 섬을 에워싸고있는 바다는 지구 생물 탄생의 원점이고 지금도 수상 생물의 서식지다. 진화론적으로 육상 생물도 수상 생물에서 비롯된 만큼, 바다는 모든 지구 생물의 고향이고 자원의 보고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섬은 고유한 생태자원과 문화자원을 가진 우리 삶의 터전으로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1차산업부터 4차산업혁명까지 모두 경험한 신인류 세대가 생태계 진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섬 르네상스가 열리도록 각자의 생각을 정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