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며 명품 조각상 같은 남자가 물었다.
“면접 보러 왔는데요.”
남자가 책상을 양팔로 짚고는 느긋하게 기대어 섰다.
“다른 알바 같은 것들 다 그만둔다면, 정규직으로 채용하겠어.”
“아직 이력서도 안 보셨거든요?”
“여기서만 일하겠다면, 고은채 씨가 필요한 만큼 맞춰 주지.”
남자가 책상에서 몸을 떼고 내 쪽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러고는 내 눈을 들여다보며 힘주어 말했다.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움켜쥐는 게 내 특기야.”
그는 이미 저만치 뒤로 물러나 책상에 기대어 선 채 나를 응시하는 중이었다.
머릿속에 경고 등이 반짝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