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물리학자 김범준 교수,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강력 추천!
“시간에 관한 책을 읽다가 시간을 놓쳐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22 내셔널 인디 엑셀런스 어워즈〉 역사 부문 수상작
해그림자부터 원자시계까지, 인류사와 함께한 시간 측정에 대한 모든 것!
◎ 도서 소개
★★ 내셔널 인디 엑설런스 어워즈 수상작
★★ 통계물리학자 김범준 교수,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강력 추천
정확하게, 더 정밀하게!
미래를 향한 여정, 한 치 오차도 없는 1초를 측정하기 위한
인류의 집요하고 치열한 시간 탐구가 시작된다!
시간은 어떻게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끌었고, 인류는 어떻게 현대의 시간을 창조했는가? 오늘날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시간을 단위로 하루하루의 삶을 계획하고, 더 나아가 일주일, 한 달의 일정을 관리한다. 시간이 없는 현대인의 삶은 상상도 할 수 없으며, 현대 문명은 정확하게 측정된 시간이라는 바탕 위에 발전했다. 그렇다면 시간이란 과연 무엇이며, 인류는 언제부터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고 이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일까? 시간에 점령당한 채 시간의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오늘날과 같은 정확한 시간의 배경에 얼마나 깊은 역사와 다양한 과학이 숨겨져 있는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천문학에서 수학, 물리학, 양자역학까지 정확한 1초를 측정하기 위한 인류의 집요한 노력과 그와 함께 발전해온 과학의 역사, 그리고 표준 시간의 성립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과정까지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영국의 스톤헨지나 아일랜드의 뉴그레인지 유적, 오크니 제도의 메이쇼, 웨일스 지방의 브린 챌리 두와 같은 고대 유적이 언제, 무슨 이유에서 건설된 것인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저자는 이 유적들의 대부분이 하지나 동지의 일출 지점에 맞추어 정렬되어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그와 같은 고대 건축물의 본질은 시계이며, 건설된 이후 수천 년 이상 완벽하게 작동해왔다고 말한다. 이처럼 시간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가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인 활동이었으며, 역사상 모든 사회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의 흐름을 측정했다. 이 책은 태양과 별의 움직임으로 절기를 파악해 농사의 시기를 예측하려 했던 고대인들의 역법에서 그레고리우스력을 기본으로 한 현대의 역법이 정립되기까지의 과정은 물론이고, 뉴턴 물리학에서 오늘날 전자기학과 양자역학으로 이어지는 물리학의 혁명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원자시계가 개발되기까지, 정확한 1초라는 시간을 측정하기 위한 수천 년의 시간의 모든 역사를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저자가 시간의 역사에서 주목하는 또 한 가지는 인류가 시간의 측정에 집착해온 까닭은 과거나 현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이다. 신석기시대 유물에서 발견되는 동지점의 표시 흔적은 봄이 다시 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표시였고, 마야의 천문학자들은 금성의 움직임을 추적하여 전쟁의 기운을 점치려고 했다. 유럽의 수학자들은 전 세계에 걸친 더 넓은 바다를 항해하기 위한 목적에서 달의 위치를 계산하는 정교한 모델을 개발했다. 이런 미래 예측 요소는 현대의 최첨단 원자시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정밀한 시간 측정의 기반이 마련되기까지는 수 세기에 걸친 엄청난 과학 지식의 축적 과정이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경이로운 시간 측정의 역사 속으로 한 걸음 따라 들어가다 보면 흘려보내는 우리가 무심하게 흘려보내는 지금 이 순간과 미래에 다가올 시간까지, 우리 삶의 기본이 되는 시간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책 속으로
뉴그레인지 석실분의 중앙 통로는 원래 언덕의 경사면보다 살짝 높은 위치에 있다. 즉, 중앙 묘실의 바닥은 지붕 상자의 윗부분보다 약간 낮다. 바닥에서부터 지붕 상자를 지나는 직선을 그어보면 남동쪽 지평선으로 연장되어 일출 지점의 가장 남쪽에 가까운 곳에 닿는다. 동짓날 아침이 되면 좁은 햇빛이 지붕 상자를 통해 중앙 묘실까지 비추면서 1년 중 유일하게 중앙 묘실에 자연광이 들어온다.
오켈리의 발굴 이후에도 뉴그레인지를 누가 건축했는지, 그곳에서 어떤 의식이 치러졌는지 등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뉴그레인지 석실분의 본질이 시계이며, 건축 이후5 ,000년 이상 완벽하게 작동해왔다는 사실이다.
30쪽
순환 주기의 이런 불일치 현상은 역법을 설계할 때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적어도 태양과 달의 주기 중 하나는 완벽하게 들어맞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 결과 사계절에 맞춰 살아야 하는 농경사회에서는 태양의 움직임이 무엇보다 중요했으므로, 어쩔 수 없이 달의 움직임을 무시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지평선을 따라 일출 지점이 변화하는 속도는 너무나 느려서 하루 단위의 변화는 거의 알아차릴 수 없는 데 비해, 달의 위상은 쉽게 눈에 띌 정도로 빠르게 변화한다. 그러므로 달을 이용하여 시간을 측정하려는 유혹은 거부할 수 없는 것이었다.
67쪽
술툰의 천문 계산이 석주 벽화로 그려진 시기는 고대 마야 말기로, 그 시대를 지배했던 몇몇 도시국가들이 마지막 붕괴 단계에 접어든 지 한참 지났을 때였다. 그들이 기록을 남긴 당시 상황과 함께 여기에 관련되는 장대한 시간 범위는 그들이 시간적 주기를 먼 미래로 투영하는 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보여준다. 나아가 그들의 세계관이 현대인의 그것과 매우 달랐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마야인들에게 롱 카운트는 단 한 번의 재앙을 향해 다가가는 종말의 초읽기가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며 반복되는 주기의 연장선이었다. 술툰 유적 발굴을 주도했던 보스턴대학교의 고고학자 윌리엄 사투르노가 시적으로 표현했듯이, 서구인들의 시선은 “언제나 종말을 향하지만, 마야인이 추구한 것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세상이었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우리와 전혀 다르다.”
115쪽
튀코 브라헤와 드레스덴 고문서를 작성한 마야의 천문 사제들이 하고자 했던 일은 결국 똑같은 것이었다. 행성의 복잡한 운동을 알기 쉽게 정리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염두에 두고 있던 목표도 같았다. 튀코가 살던 시대에는 오늘날처럼 천문학과 점성술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았으므로 그의 모델은 예언적 목적도 함께 지니고 있었다. 행성의 위치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점성술의 정확도도 높일 수 있다. 즉, 별점을 보는 일은 튀코가 덴마크와 보헤미아의 궁정천문학자로서 해야 할 중요한 책무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튀코는 금성의 주기와 관련된 징조를 모아 기록했던 고대 마야의 사제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209쪽
올레 뢰머의 발견은 1500년대부터 1600년대 사이에 일어난 위대한 과학혁명 3가지를 한데 합치는 역할을 했다. 그중 2가지는 기술 혁명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철학적인 혁명이었다. 그가 목성의 위성을 관측할 수 있었던 데는 망원경의 발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이 틀림없다. 또 진자시계의 발달로 천체를 정확하게 관측하는 작업이 획기적으로 단순화되었다. … 이를 바탕으로 뢰머는 단 몇 분에 불과한 식 시기의 오차를 실제로 존재하는 물리적 효과로 확신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빛의 운동에 관한 우리의 인식은 중요한 도약을 이룩할 수 있었다.
236쪽
마이어의 경도 측정용 달 주기표는 뉴턴이나 오일러 같은 수학천재들의 작업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달의 복잡한 궤도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물리 및 수학 공식을 개발한 사람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비록 뉴턴과 오일러가 그 방법의 바탕이 되는 원리를 확립한 것은 맞지만, 주기표를 현실화한 것은 마이어였다. 그는 다양한 섭동이 궤도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하고 평가하여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한지 결정하고, 그 공식이 오랫동안 자세히 관측한 데이터와 맞는지 검토했다. 오일러와 클레로는 뉴턴의 물리학적 개념이 궤도를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마이어는 그 개념을 현실에 구현했다.
277쪽
경도의 출발점은 합의에 따라 정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고, 이런 문제가 으레 그렇듯이 국가 간 자존심이라는 요소가 곧바로 개입했다. 이론적으로는 어디가 본초 자오선이 되든 상관없었겠지만, 실제로는 이미 존재하는 세계 수준 의 천문대가 운영권을 가져가기 위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 모든 정치적 문제가 그렇듯이 결론은 실용성을 근거로 내려졌다. 1883년은 대영제국의 위세가 정점에 올라 국제 무역을 장악하던 시기였다. 당시 전 세계 상선의 약 4분의 3이 사용하던 지도와 항해표는 영국에서 만든 것이었고, 거기에는 당연히 본초 자오선이 그리니치로 표시되어 있었다. 몇몇 다른 안이 있었지만 그렇게 많은 선박이 이용하는 기준을 바꾸는 데 드는 비용과 불편함은 결국 그리니치 외의 대안을 선택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296~297쪽
“내가 만약 정오에서 1시까지의 걸린 시간과 2시에서 3시까지의 시간이 같다고 말한다면, 이런 확언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이 질문의 해답이 이 책에서 사용한 정의에 비춰 자명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즉, 우리가 시계로 사용하는 어떤 시스템의 똑딱이는 횟수를 세어 서로 비교하면 된다. 그러나 그는 이런 설명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그 “똑딱임”이 언제 어디서나 똑같다는 가정이 필요한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 우리는 행성의 운동을 예측할 때뿐만 아니라 기계식 시계에 작용하는 섭동 현상을 이해하는 데도 뉴턴 법칙을 사용한다. 그러나 그 물리 법칙이 객관적이고 절대적으로 옳다는 보장은 없다. 물리학적 방법으로 시간 간격을 교정하는 바탕에는 물리학 법칙이 특정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가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시계로 사용하는 시스템은 거기에 어떤 법칙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314~3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