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독자 여러분 !
저는 안드로이드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닙니다.
존중받아 마땅한 약자를 변호할 뿐입니다.
여러분의 현명하고 지혜로운 판단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렇다. 나는 사이보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실리콘 뇌’를 이식받은 무뇌 변호사다.
나를 따라다니는 소문은 무성하다. 인간도 아닌 주제에 변호사 행세를 한다거나 상대의 생각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 기괴하다거나…….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내 머릿속 해파리는 인간의 속마음이나 기계의 신호를 읽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무뇌 변호사’라는 이유로 안드로이드를 변호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인간처럼 기억을 갖고 감정을 느끼며 마음으로 소통하지만, 하루에도 수백수천 대의 안드로이드가 부당하게 폐기된다. 인간의 명령을 따라서, 인간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서. 인간 같지 않아서, 지나치게 인간 같아서.
내가 그들을 변호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안드로이드는 인간과 같은 생존 욕구를 감각하지 못하므로, 그들을 창조해낸 우리가 그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