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내 잘못이다, 하는 건 진짜 사과가 아니야. 무엇을 잘못했는지 고백하고, 앞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리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공표하는 것이 사과야.”
이오진은 지금 대학로가 가장 주목하는 이름 중 하나이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그는 2009년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데뷔한 이래 극작과 연출은 물론 번역, 각색, 드라마트루기 등 여러 포지션을 넘나들며 당대의 중요한 담론들을 무대 위에 올려왔다. 특히 정형화되지 않은 여성 캐릭터, 갈등의 핵심을 관통하는 짧고 감각적인 대사, 빠르고 인상적인 장면 구성 등 이오진 희곡이 지닌 고유한 매력은 평단과 관객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연극평론가 엄현희는 그의 최근작인 [콜타임]에 대해 “가장 인상적인 것은 힘을 완전히 빼고 말하는 듯한 작가이자 연출가의 태도”(『굿스테이지』, 2022년 3월호)라고 평했다.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는 극작가 이오진의 작품세계를 가장 잘 드러내는 대표작 다섯 편을 묶은 첫 단독 희곡집이다. 표제작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를 비롯해 「콜타임」, 「오십팔키로」, 「바람직한 청소년」, 「가족오락관」 등을 실었다. 그중 「오십팔키로」는 2016년 혜화동1번지 동인 기획초청공연 [세월호] 참가작으로 단 5회 공연되었지만, 과거의 상처를 보내주는 방법에 관한 담담하면서도 여운이 긴 이야기는 막이 내리고도 많은 사람 사이에 회자되었다.
페미니즘, 퀴어, 청소년 등 다양한 동시대적 목소리를 담고 있는 희곡집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는 우리 연극의 오늘과 내일을 조망할 수 있는 소중한 지형도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일반 독자들에게는 문학으로서 희곡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