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를 잃은 국정원, 오해를 받는 국정원
언제부터인가 국정원이 권위를 잃었다. 야당 국회의원을 몰래 쫓아다니고, 인터넷으로 수구꼴통적 댓글이나 다는 조직 정도로 인식될 때도 있다. 어떤 유명한 인터넷 유머 커뮤니티 회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애국보수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다른 사이트에선 이들에 대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국정원 알바들”이라고 말한다.
국정원은 정권을 지키기 위해 끔찍한 짓도 마다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조직으로 생각될 때도 있다. 전쟁 시를 대비하기 위해 국정원이 모든 선박에 조치하는 안전규정을 빌미로 “세월호가 국정원 소유임이 드러났다.”고 하는 자들도 있다. 이들 생각에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부의 음모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300명이 넘는 사람을 수장시킬 정도로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이 패악적 집단이라고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끊임없이 유포한다.
21세기 첩보전의 시대에, 국가정보원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정보 수집과 안보전략 수립에 있어 그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선 그들이 단지 만만한 옆집 개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을 개혁하라는 목소리
이렇게 국정원에 대한 인식이 빈약하기에 ‘국정원 댓글사건’ 같은 일로 정계를 달구는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현재는 무죄로 판명 났지만,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국정원이 선거 중립성의 의무를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여당 편을 들어 불법적 선거운동을 몰래 벌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이런 시각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당시 국가정보원을 개혁하라, 심지어 해체하라는 소리까지 있었을 지경이다.
실상 이런 태도는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태도이다. 과연 국정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왜 필요한지 올바른 이해 없이 단지 마음에 안 든다고 ‘없애라.’고 주장하는 것은 올바른 자유민주주의 사회 시민의 태도가 아니다.
과연 국정원은 무엇을 하는가? 어떻게 개혁해야 하나?
실상 이런 오해에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국내 최고의 정보기관인 만큼, 그 활동을 함부로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사정이 그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들로서는 국가정보원이 과연 어떤 조직이고,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인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기껏해야 간첩 잡는 조직 정도의 인식을 가지면 다행이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오랜 기간 국가정보원의 자문을 해 온 경험을 살려, 외부에 공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자세하게 국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왜 국정원이 필요한지, 그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 그들은 어떤 역사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앞으로 그들은 어떤 비전을 바라봐야 하는지 풍부한 사례와 명확한 논거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핵심은 이 말 한 마디로 명확히 요약된다.
“정보 투자액 몇 백만 달러로 전쟁 소요액 수억 달러를 절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