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돈황본 육조단경 을 대승기신론의 이론으로 그 사상을 조명해 본 것이다. 돈황본 육조단경의 원명은 남종돈교최상대승마하반야바라밀경(南宗頓敎最上大乘摩訶般若波羅密經)이라는 긴 이름이다. 이 단경은 당나라 혜능에 의해 성립된 불교 선종의 일파 남종의 것이고 단박에 깨치는 돈교이며 가장 뛰어난 대승의 마하반야바라밀경이라는 것이다. 이 원명이 시사하듯 육조단경은 금강반야바라밀경과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금강경과 그 사상적 맥락을 같이 한다는 의미로 보면 될 것이다. 이 단경은 전래되는 과정에서 덕이본 등 다른 이본이 많이 나와 어느 것이 정설인지 확인하기 어려웠으나 이 돈황고본(敦煌古本)이 발견되어 그 의심이 풀리게 되었다. 이본에 대하여는 여러 설이 있으나 근래 일본의 구마자와대학 선종사연구회에서 그 중 기본이 되는 다섯 본을 서로 대조하여 혜능연구 라는 책을 발간하여 단경 연구에 공헌하였다. 그 다섯 본 돈황본(敦煌本) 대승사본(大乘寺本) 흥성사본(興聖寺本) 덕이본(德異本) 및 종보본(宗寶本)중의 하나인 돈황본 육조단경이다. 이 돈황본 육조단경 은 금강경 을 매개로 하여 육조가 된 동기부터 설해 나가기 시작한다. 혜능은 육조가 된 후 대범사에서 육조로서 설법하면서 스스로 과거를 돌아보는 형식을 취하여 스스로의 과거를 밝히고 있다. 혜능은 어렸을 때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늙은 어머니와 어렵고 가난하게 장터에서 땔나무를 팔며 살아왔다는 것이다. 하루는 어떤 손님이 금강경 읽는 소리를 문득 듣고 깨달아 손님이 알려 준대로 오조(五祖) 홍인화상을 찾아 출가하여 육조가 된다. 혜능이 육조가 된 결정적인 동기는 ‘마음에 대한 게송’을 짓는데 있어 신수(神秀)와의 대결에 있었다. 신수가 지은 게송은 “몸은 깨달음의 나무요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나니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번뇌의 먼지가 끼지 않게 하리라”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혜능은 “깨달음은 본래 나무가 없는 것이요 밝은 거울도 역시 받침대가 없는 것일세 부처의 성품은 항상 맑고 깨끗한 것이니 어느 곳에 먼지가 있을 것인가”라는 게송을 지은 것이다. 신수가 ‘몸은 깨달음의 나무요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다’라고 한데 대하여 혜능은 ‘깨달음은 본래 나무가 없는 것이요 밝은 거울도 역시 받침대가 없는 것’이라고 하여 신수는 색신과 함께 있는 깨달음과 깨달은 본성은 거울과 같이 맑다 하였고 헤능은 색신을 떠난 본래의 깨달음과 역시 본래대로의 청정성을 거울에 비유하였다. 이 게송으로 혜능은 바야흐로 육조가 된 것이다. 이 단경을 통해 본 혜능의 사상은 나 라는 인간을 중심으로 유아(有我)의 입장에서 나의 심성을 깨닫는데 중심을 두고 있다. 어느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모든 존재에 대한 평등의 선언 자신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육조단경의 시작이다. 지금까지 육조단경은 육조 혜능의 설법과 사상이라는 측면에서만 알려지고 연구되었을 뿐 그것이 기신론 등 기존 경전들의 내용과 합치되는지 여부의 연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를 계기로 이 책을 읽는 우리 독자는 육조 혜능의 사상을 대승기신론 의 이론을 통하여 이해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기신론 이 모든 경전의 핵심을 관통하는 이론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