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문명사를 아우르며 테러의 의미와 맥락을 추적하다 는 서구 문명사에 스며있는 테러의 계보학에 대한 고찰을 담은 책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시즘 문학비평가 테리 이글턴은 신화와 프로이트, 니체와 서구의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통해 서구 문명사에서의 테러를 고찰하면서 9ㆍ11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테러가 단지 비이성적인 행동이 아님을 명시하면서, 인문학적으로 테러의 의미와 그 맥락을 하나하나 파헤쳐간다. 저자는 테러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서구 문명사를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었던 개념들을 살펴보며, 이들 개념 속에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얼굴 뒤에는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이면이 처음부터 배태되어 있다는 일종의 `양가성`을 발견한다. 문명과 야만은 오랜 적대자이면서 동시에 가까운 이웃이었고, 인류가 문명 진화와 함께 야만을 휘두를 더욱 세련된 기술들을 발전시켜왔다고 주장한다. 즉, 문명 내부에 이미 테러가 도출될 만한 원인이 내재되어 있으므로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 프로이트의 용어로 말하자면 문명 안에서 그것을 `승화`시키는 것을 과제로 도출하고 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사상들을 횡단하면서, 외부의 폭력을 불러오는 것은 패권을 잡은 자 내부에 자리 잡은 폭력이라는 메시지를 이끌어내는 저자의 도발적인 글은 우리 시대의 테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