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리, 더 많이, 더 섹시하게. 현대인을 옥죄는 속도와 소유와 과시의 강박. 그 근원에 거대한 기술문명의 힘과 자본주의적 욕망이 뒤엉켜 역동하던 근대가 있다. 신분사회가 종말을 고하고 누구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었던 기회의 시대, 하지만 소유가 존재를 말해주는 게임의 법칙이 지배하던 시대. 한국 근대인들이 동경하고 욕망했던 것, 좌절하면서도 끝끝내 희망했던 것의 자취를 현대문학 속에서 찾아보았다.
이광수, 염상섭, 박태원, 이상 등의 대표적인 현대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화려한 근대적 외양 밑에 눌린 근대인의 일상과 비애를 들여다보았다. 문학 속 소품이나 공간을 세심히 관찰함으로써, 당대 사람들의 욕망과 갈등과 좌절을 발견해내고자 한 것.
1부에서는 현대문학 속에 등장한, 신문명을 상징하는 다양한 장치들을 통해 당대의 세태를 훑어본다. 기차나 자동차처럼 동경의 대상이던 기계문물이 신분의 척도로 기능하는 현실, 화려한 상품들과 백화점이 부추기는 소유욕, 온천.카페.병원 등 서구 신문물이 가져다준 쾌적함과 그 이면의 병폐를 다룬다. 2부에서는 식민지 근대의 실상을 더욱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욕망과 좌절, 탐욕과 실패로 일그러진 근대인의 초상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