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히의 사상이 오롯이 녹아 있는 주저. 오늘날 ‘산업적 생산양식 자체의 존재방식’이자 ‘가치의 제도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학교를 철폐하자며 학교 ‘개혁’ 아닌 학교 ‘혁명’을 선언한 책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 누구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학교 없는 사회’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설명한다. 이반 일리히가 일생을 통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분석하고 비판했던 것은 ‘가치의 제도화’라는 개념으로 규정되는 현대문명의 핵심적 속성이다. 이는 현대의 관리사회와 그 문명이 보여준 특징으로서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한 ‘학교 철폐’의 이론적 근거가 되며, 나아가 다른 저작들에서도 일관되게 비판의 준거가 된다. ‘가치의 제도화’란 도구의 과잉발전으로 인해 도구가 일상의 전 영역을 지배하게 된 현대 사회의 특징으로, 건강은 병원, 공부는 학교, 이동은 교통수단, 존엄은 사회복지제도, 독립은 군대, 창조는 노동, 안전은 경찰, 정치는 정당, 신앙은 교회, 의사교환은 언론 등 인간 삶과 사회의 여러 가치들이 서비스로 제도화되어 가치와 제도가 혼동되는 과정을 표현한 일리히 사상의 핵심개념이다. 이반 일리히의 ‘학교화’ 비판은, ‘가치의 제도화’라는 시스템 속에서 신화화된 학교제도에 대한 비판이면서 동시에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 자체가 학교화되어온 오늘의 치명적 현실에 대한 통찰이자 비판이다. 다시 말해 그의 ‘학교화’ 분석은 ‘학교화된 사회’ 분석이며, ‘학교’ 철폐는 ‘학교화된 사회’ 철폐와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이반 일리히가 학교를 철폐하고, 학교화된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내세운 대안은 ‘자율적 공생’이라는 개념이다. 즉 ‘학교화’로 대표되는 타율적 관리사회에서 자율적 공생사회로 이동하자고 그는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