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당선작] 이 이야기는 철저하게 실화에 근거해서 쓴 작품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내가 이 일을 겪었던 건 지금으로부터 약 십여 년 전이었다. 월드컵 열기가 광기처럼 전국을 휩쓸던 그때 나는 무더운 날씨를 견디며 영화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계약금에 일을 다 하고 나서도 잔금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조차 없었지만 그래도 난 그 일을 해야 했다. 영화를 꿈꾸던 그때 난 외계인을 만났고 귀신을 체험했으며 좀비와 맞닥뜨렸었다. 그런 일을 겪으며 떠오른 건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던 시절에 주워들은 얘기들이었다. 세기말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종이책이 금방이라도 없어질 것 같은 불안감으로 각 문예지들이 이와 관련된 글을 쏟아냈던 시절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적이 사라진 이 시대에서 글을 쓴다는 건 굉장히 어려울 거라고 말이다. 정말로 그렇게 변한 줄 알았다. 적은 사라지고 이제 문학이 가야 할 길은 새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때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 나서도 우리 주위엔 여전히 수많은 적들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어쩔 땐 인간의 영혼을 다른 존재에게 팔아버리는 외계인으로 어쩔 땐 영혼을 읽어버린 채 외계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좀비로 나타났다. 그들의 희생양이 된 귀신들은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쓴 작품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일상생활과 관련된 몇 가지 부분은 눈에 띄게 변했을지 모르지만 이 작품에 나오는 외계인과 귀신 그리고 좀비는 지금도 여전히 여러분 곁에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적은 아직도 우리를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