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곳에서 멀리 보는 당신이 사장입니다.
만약 당신이 진정한 사장으로 거듭나길 원한다면,
《사장의 인문학》을 당당하게 추천합니다.
인문학 열풍이 거세다.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인문학 강의가 열리고 있고, 인문학과 상관없어 보이는 분야에서도 인문학을 접목하는 방법을 모색하느라 분주하다. 인문학 강의를 들은 노숙자들의 재활 성공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문학 교육을 통해 자신의 삶과 존재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면서 자존감이 회복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학문이다.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대상으로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를 탐구하고 이해하고자 한다. 객관적이고 경험적인 자연과학과는 다르게 정답이 없는 인문학은 깊고 폭넓은 사고를 필요로 한다. 여러 생각이 씨줄과 날줄로 교차하면서 때로 정리되고, 때로 확산된다. 과감한 혁신, 놀라운 창의성과 상상력은 이러한 인문학적 사고의 깊은 곳에서 솟아난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DNA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인문학도 녹아 있다’고 말한 이후 우리나라 경영계에도 인문학이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특히 지식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창의성과 소통 능력, 여러 분야를 통합하여 사고하는 기획력 등 인문학적 기초가 필요해진 것이다. 기업들은 인문학 전공자들을 뽑아 일정 교육을 거쳐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운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사내에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거나 인문 고전 읽기를 권장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돈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졌던 인문학이 바야흐로 자본의 첨병이 된 상황이다.
《사장의 인문학》은 크든 작든 하나의 업체를 책임지고 있는 사장들을 향한 인문학 이야기이다. 이 시대 사장들이 겪는 여러 사례와 함께 30종의 책에서 뽑은 키워드를 통해 인문학을 풀어냈다. 실제 IBK기업은행에 근무하며 많은 사장들을 만난 저자는 30개의 키워드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내며 책임과 의무에 묶여 바쁘게 살아가는 사장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각 키워드와 관련하여 선정된 책들을 저자는 깔끔하고 위트 있는 글 솜씨로 소개한다. 부분적으로 인용되거나 요약된 내용을 읽다 보면 어느새 인터넷 서점 사이트를 클릭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글이 찰지고 구미를 당기는 문장이다.
본문 내용 중 <소통은 밥상머리에서부터>를 읽어 보자. 저자는 《왕의 밥상》이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소통은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조선 시대 왕에게 밥상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밥상 위에 놓인 음식과 식재료를 통해 지역의 사정과 백성의 형편을 살피는 소통 방법의 하나였다. 백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왕의 마음이 밥상에서부터 작용했다. 사장들도 직원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우선해야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아버지로 산다는 것>에서 저자는 기러기 아빠가 된 한 사장의 사례를 들려준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아버지란 이름에 통증이 느껴진다’면서 저자는 《아버지의 편지》라는 책을 통해 외로운 아버지들을 위로한다. 가족에 대한 무한 책임을 느끼면서 어디에서나 가족을 위해 존재하는 아버지가 아닌가. 저자는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그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 땅의 아버지들을 따뜻하게 격려한다.
저자는 중세가 무너지며 찾아온 르네상스에서 변화의 중요성을, 메디치 가문의 흥망사를 통해 투자의 가치를,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이야기로는 경쟁에서 나오는 창조를 강조한다. 건강을 걱정하는 사장에게는 몸에 대한 관심을, 자칫 권위적일 수 있는 사장에게는 유머의 힘을, 직원들과 커피 취향이 달라 무안해졌던 사장에게는 커피의 이면사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처럼 《사장의 인문학》에는 변화, 투자, 창조, 소통, 일하는 이유, 돈 같은 경영인적 키워드는 물론이고 존재, 부부, 아버지, 노화, 자유 등 일상의 키워드도 담고 있다.
은행에서 만난 사장들은 경영인으로서의 고민만큼 일상인으로 살아가는 애환도 많았다. 기러기 아빠 신세를 한탄하기도 하고, 부부 문제나 건강 문제를 토로하기도 했다. 어떤 사장들은 자기 취미나 수집품을 자랑하며 뿌듯해하는 사장들도 있었다. 30개의 키워드는 현장에서 직접 만난 사장들의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기에 보다 직접적으로 와 닿는다.
저자는 ‘조직의 정상에 선 사장들의 애환을 듣다 보면 웃음도 나고 눈물도 난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사업은 생사였고, 성패였고, 희비였고, 애락이었다. 직원들과 그 가족들, 협력 업체들은 물론 그들의 또 다른 회사들과 함께 가야 할 동반성장의 길이었다’며 감동한다. 저자는 그런 사장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자’ IBK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중소기업 CEO 리포트>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오히려 저자 자신이 사장들에게 감동하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사장들에게 수줍게 고백한다.
“한 길 사람 속도 모른다지만, 이제는 알겠다. 그들의 속에 가득 찬 찬란한 고독과 사회적 사명, 그리고 열정의 온도가 얼마나 뜨거운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