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퍼스트 클래스. 고급스럽고 편안한 안락의자 드넓은 공간과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칸막이 그리고 난기류 경고가 뜨자마자 승무원이 달려와 벨트를 채워주는 투철한 안전의식 4개의 창으로 밖의 하늘 3만 7천피트 상공의 구름이 솔솔 보이는 풍요로운 경관 감상 침대처럼 180도로 기울여져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의자에서 많은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 푸아그라 태린과 커트러리 스프와 소시지와 베이컨 에그와 신선한 야채 샐러드 정갈한 한식들과 치즈 피나콜라다무스 케익과 새하얗고 담백한 맛의 아이스크림 귀여운 오디와 아삭한 피클 따스하면서도 향이 좋은 커피 새우 스테이크와 최고급 한우 스테이크 호두파이와 각종 곡물이 담긴 영양파이 베이글과 요거트 각종 천연 과일 주스들과 고급 육수로 우려낸 탕류 오렌지빛 시큼하고 달고 상쾌한 파인애플 자홍빛으로 붉게 빛나는 탐스러운 포도 초록빛과 점점이 박힌 깨들이 조화를 이룬 새콤한 키위 등 일곱가지 색채로 빛나는 과일들까지 황홀할만큼 다채로운 기내식들을 골라 먹는 사람들도 있었고 스마트한 기기들과 함께 업무를 계속하며 커피 한잔과 함께 여유를 즐기는 CEO들의 모습도 보였으며 영문이나 불문으로 쓰여진 잡지나 책을 읽거나 피곤에 지쳐 잠을 청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천상의 바라고 불리는 셀레스티얼 바에서 칵테일과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도 그리고 승무원들에게 편의를 주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늘 위에서 전시된 고급스러운 기내 면세점에서 구입한 고급스러운 명품들을 하나씩 꺼내보며 즐거워하는 두 부부도 있었다. 이러한 일상의 풍경들 사이로 한 남자가 수면안대를 차고 침대처럼 기울여져 편안하게 뉘여진 시트에 누워있는 모습이 보였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체구의 그는 기다랗게 뻗은 두 다리가 닿지 않는 것의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2m가 넘는 퍼스트 클래스의 좌석은 180이 넘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외국인들까지도 만족시켰는데 다리를 쭉 펼 수 있는 편안함은 오랜 시간의 비행에 매우 필요한 필수조건이었으므로 정호에게도 미소를 짓게 만들 정도로 좋은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좋아.’ 그가 이렇게 꿀같은 단잠에 빠져있던 사이에 어느덧 시간은 지나가고 있었다. 깔끔하고도 맵시있는 멋진 세미 정장 차림을 하고 잠시 숙면을 취하던 그는 품격있는 옷차림답게 천천히 그리고 여유있게 움직였다.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생각난 듯 천천히 눈을 뜬 정호는 여유가 있으면서도 부드럽게 수면 안대를 살며시 내려놓고 창밖의 구름과 하늘을 4개의 창을 통해 드넓고도 광활하게 살펴보며 정든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을 볼 수 있다는 건 삶의 가장 큰 기쁨들 중 하나였다. 그는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바라보다가 포개포개 얹혀진 귀여운 구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어린 시절의 약속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