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다 보면 생소하게만 느껴졌던 러시아의 명화들 속에서 한 편의 러시아 문학 작품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림들은 겨울뿐인 줄 알았던 러시아의 다양한 계절을 담은 자연에 대해 19세기 러시아 역사 속 여인들의 삶에 대해 역사 속 한 장면이 된 삶과 거친 역사 속에서 쓰러져 갔던 죽음들에 대해 생생한 서사와 감동을 전해 준다. 그 감동을 나누고 싶었다고 부족하지만 내가 ‘읽었던’ 그림 속의 러시아 문학과 문화 콘텐츠들을 정리해서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이 책은 그런 소통의 장이다. 러시아 그림들의 늪에 빠진 저자가 함께 빠져 보자고 내미는 손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그림들은 대부분 모스크바에 위치한 ‘트레치야코프 갤러리’에 소장된 것들이다. 그들 중에서도 19세기 러시아 ‘이동파’ 화가들이 주류를 이룬다. 사실주의적 경향이 강한 러시아 ‘이동파’ 그림들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러시아 문화 콘텐츠들과의 상호 텍스트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