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학부시절 오스카 루이스의 『산체스네 아이들』을 읽고 빈곤과 일상 라틴아메리카 연구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2003년 박사과정 중 필리핀 마닐라의 빈민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온 후에는 해외 연구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찼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파라과이에 머물며 현지조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1년간의 ‘달콤한’ 현지조사를 끝내고 박사 학위 논문 역시 무사히 마쳤다. 그러나 기회가 되면 연구하고자 마음먹었던 주제가 그의 발을 잡았다. 그 연구는 쭈끄뜨에서 현지조사를 하던 당시 파라과이 사람들의 농담 속에서 힌트를 얻은 것인데 농담의 ‘주인공’은 바로 파라과이의 소도시인 비야리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었다. 파라과이 사람들은 비야리까 사람들을 ‘과이레뇨(Guaireno)’라 부르며 특수한 지역집단으로 인식하였다. 왜 파라과이 사람은 비야리까 사람들을 그들과 구별되는 집단으로 인식하는 것일까? 그리고 과이레뇨는 어디에서 기원했을까? 비야리까에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까지 아르헨티나의 이탈리아계 이민자와 브라질 남부에서 유입된 독일계 이민자 등 유럽계 이민자들이 대거 정착하였다. 유럽계 이민자들의 영향으로 그곳은 파라과이의 다른 지역과는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 덕에 농담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비야리까는 미시적으로 유럽계 이민자에 의한 과이레뇨의 종족성을 이해할 수 있는 장소이며 더불어 거시적으로는 꼬노 수르 지역 혹은 리오 데라 쁠라따 지역에 정착한 유럽계 이민자들의 삶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흔히들 라틴아메리카는 같은 언어와 종교 유사한 인종 집단이 모여 있어 동일한 문화권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으나 음식과 인종이라는 단편적인 예만 보더라도 라틴아메리카는 단일 문화권이 아닌 다양한 문화권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족성은 타자화에 의해 극대화됨으로써 외부와의 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럽계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인해 비야리까 사람들은 지역사회와 국가 주변국의 영향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과이레뇨라는 종족성이 탄생하게 되었다.이 연구는 지역과 국가 주변국과 전 지구적인 측면이 한 도시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바꾸어 말하면 비야리까의 역사는 파라과이의 역사와 주변국의 역사 나아가 라틴아메리카에 관계된 세계사적 흐름까지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