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왕국, 전 4권의 이야기를 10% 할인된 가격으로 볼 수 있는 기회!
음모론과 이상주의, 자본과 신의 대립.
그 사이에서 충돌하는 이념과 신념의 차이.
글의 소재는 음모론이다. 모든 것이 음모이며, 그 안엔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세력이 있다.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으며 이젠 익숙하기 까지 하다.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적그리스도 등등. 그래서 이러한 소재를 잘못 다루다간 ‘에이 이게 뭐야’ 라는 푸념만 듣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보다 흥미로운 소재는 드물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권력자들에게 자신의 이상이란 꼭 현재가 아니라 대를 이어 이루어야 할 숙원일지도 모르고, 그러한 숙원을 가진 자들을 없애야만 할 수도 있다. 각기 배워온 사상이 다르며 지켜야 될 신념이 있다. 다만 이념과 신념의 극명한 차이를 두자면 그것이 얼마나 이성을 따르느냐에 있을 것이다.
이 글을 관통하는 주제는 우리가 정작 두려워 할 것이 무엇인가 이며,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신념, 이른바 굳게 믿고 있는 것은 테러라는 걸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혹은 언젠가부터 우리는 거대한 착각 속에 살고 있다. 테러는 없다. 한국이란 나라는 테러청정국이다.
9.11 테러같이 빌딩을 무너뜨릴 비행기는 한국의 상공엔 없을 것이며, 폭탄 테러는 술에 절은 주정뱅이의 심심풀이 장난전화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 작가는 이러한 빈틈을 날카로운 바늘처럼 찌르고, 숨어있는 공포에 대해 낚싯줄을 던진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음모론과 현 한국의 상황을 뒤섞어 마치 완전히 새로운 소재처럼 묵직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글은 전체적으로 페이지를 거의 꽉 채우고 있다 시피하며, 내용도 상당히 긴 편임에도 읽는 이로 하여금 전혀 지루함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하나하나 밝혀지는 충격적인 진실들에 독자들의 손만 바빠질 뿐이다. 분명 소재가 어렵고 다루기 힘든데도 작가는 어쩌면 무덤덤하리만큼 묵묵하게 자신의 글을 써내려 간다.
이러한 글의 힘은 다른 곳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바로 소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조사하며 참고문헌을 완독하고 해석한 결과이다. 자신이 없다면 결코 손대기 힘든 이야기. 그렇기에 작가는 더욱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이글을 완성해 냈다. 다른 이들이 아는 내용에 자신의 바탕을 섞어 스토리를 풀어가려면 이른바 그저 ‘아는’ 수준을 벗어나 한발자국 더 나아가야 한다.
그 한 발자국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을지는 오로지 작가만이 알겠지만,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오롯이 느껴지는 쾌감과 풍성한 내용, 눈 뗄 수 없이 전개되는 온갖 장면들이 작가의 고생을 짐작케 하고 남음이다. 물론, 이러한 느낌은 글을 다 읽고 나서야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시온의 왕국은 완벽에 가까운 마스터피스다.
‘악을 행하는 사람은 우선 자기가 선을 행한다고 믿어야 한다. 그리하여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나쁜 일이 아니라 좋은 일을 하는 것으로 비치고, 따라서 그들은 비난이 아니라 찬사와 명예로운 소리만 듣게 되는 것이다’
- 글 중(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