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메일로, 문자로, 전화로 물었다. "저는 왜 이렇게 휘청거리며 사는 걸까요?" 이제 내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였다. 단 한 번도 지각인생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내 삶을. 꿈을 가져본 적도,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없었던 내 젊은 날들을. 수업 시작 전에 삶에 관한 "좋은 글귀"를 읽어주고, 강의 첫날 이메일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를 남기며 힘든 일이 생기면 아무 때나 연락해도 좋다는 말을 덧붙이는 교수가 있다. 머슴의 아들, 가난한 집 장남, 두 동생이 죽고 난 뒤에 폐쇄적으로 변한 성격, 그리고 끊임없이 낙방했던 고시에 대한 열패감. 이로 인해 힘들었던 과거를 지나온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상복 교수는 2007년 변호사를 그만두고 학교로 온 후, 지각인생을 산다며 자책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가족문제로, 관계문제로, 취업문제로, 삶의 목표로 고민해온 학생들의 질문을 들을 때마다 자신의 지나온 삶이 생각났다. 이 책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이 멘토라는 이름으로 하는 조언이 아닌, 한번도 조기 인생을 살지 못했던 교수가 학생들이 묻는 질문에 자신의 인생으로 답한 내용이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이를 밝힌 적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아홉 살에 했고, 대학 졸업은 스물아홉 살에 했으며, 결혼은 서른일곱 살에 했습니다. 그리고 서른아홉 살에야 사회로 나와서 제 밥벌이를 하면서 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시작부터 늦은 사람이었습니다." 아홉 살에 초등학교 입학해서 스물아홉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서른여섯 나이에 띠동갑 나이의 어린 동기들과 사법고시를 통과했다. 한 번도 남보다 일찍 무언가를 시작한 적이 없었기에 뒤늦은 나이에 학업을 시작했거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가족문제 때문에, 풀리지 않는 취업문제 때문에 지각인생을 사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언제나 위축되어 있던 사람이었기에 삶을 당당하게 대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안쓰러웠다. 학생들은 2014년을 살고 있지만 오십 년 전 자신의 모습과 별반 다름없었다. 오십 년 전 자신이 고민했듯이 못 배운 아버지와 어머니를 부끄러워하고,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한 자신의 가정환경을 원망하며, 원만하지 못한 대인관계를 괴로워하고 취업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청춘은 여전하다고. "저는 지금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다 가기에 저도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어학연수를 왔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지만 저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와서 보니 제 모습이 더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은수저 물고 태어난 아이들이 부러워 눈물이 나더군요. 정말 복 많은 아이들이 세상에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는 건 참 불공평한 것 같습니다. 자꾸 눈물이 납니다." 학생들은 매일밤 메일을 통해서, 전화를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왜 사는 건 이리 불공평하냐고, 왜 가족들이 나를 옭아매느냐고, 왜 세상은 나를 받아주지 않는 것이냐고. 저자는 이에 대해 학생들에게 말한다. "문제는 비교당하던 이들은 이것을 내면화한다는 것입니다. 비난하던 행동을 내면화해서 스스로 비교대상이 됩니다.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아이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자신을 누구와도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굳이 비교를 하려면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만을 비교하십시오. 자신에게 유익한 것은 그것뿐입니다. 어제 한 계단을 올라왔다면, 오늘 한 계단을 더 올라가 야지 하면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를 비교하십시오." 학생들이 하나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저자 자신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상처로 인해 원망만 하던 가족 얘기부터, 더이상 미래를 알 수 없었던 고시낭인의 생활까지, 이견 성공한 듯 보이는 저자가 겪어온 자기 고백은 날 것 그대로이기에 더 뭉클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사들의 멘토링이 넘쳐난다. 이렇게 하면 될 수 있다고 확신에 차서 하는 이야기들이 공해처럼 떠다닌다. 그러나 진정한 울림은 입 발린 위로가 아니라 몸으로 겪어온 이들의 내밀한 고백이다. 책에는 힘겨운 삶으로 힘들어하는 이십 대들이 건네는 서른 개의 질문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것을 온몸으로 공감하며 들려주는 서른 개의 대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