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에 물들다 2

아라이 | 디오네 | 2008년 05월 3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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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중국 현대문학의 최고 권위 ‘마오둔 문학상’ 수상작! 중국 본토까지 열광하게 만든 티베트 대표작가 아라이의 첫 장편소설 『塵埃落定(진애낙정)』 완역본 소박한 듯 정교하며, 때로 잠꼬대 같은 언어로 세기말의 두려움을 서술하다! “나는 티베트의 바보다.” 티베트 최고 권력인 투스의 바보 아들, 그가 기억하고 읊조리는 티베트의 슬픈 이야기. 단단한 대지 위에 하얀 봄눈이 내리던 아침의 기억. 그 기억으로부터 시작된 티베트 민족의 신화 혹은 역사 이야기는 다양한 色으로 상징된다. 그들을 뒤흔드는 강렬한 色,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色이 그들을 물들인다. 티베트의 권력자 투스의 아들이면서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바보임을 자처하는 주인공 ‘나’의 눈으로 그려진 티베트 민족 흥망의 근대사는 아프도록 시리다. 화려함 속에 비루함과 쓸쓸함이, 절정 속에 추락의 그림자가 깔려 있는 이 작품의 비틀린 시선은 중국의 속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오늘의 티베트 현실이기도 하다. 진애낙정塵埃落定, 먼지는 결국 아래로 떨어진다. 티베트와 중국(한족)의 접경지대를 공간적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티베트 권력제도인 ‘투스제도’를 통해 티베트의 문화와 정서, 삶, 풍속, 전설, 신화 등을 보여준다. ‘투스’는 한족 황제의 책봉을 받은 티베트 영주라고 할 수 있다. 투스는 정해진 토지와 인민을 통치하고 스스로를 왕이라 칭한다. 이러한 투스는 한족의 세력을 입어 강해졌지만 나중에는 한족에 의하여 멸망하고 만다. ‘한족 황제는 아침 태양 아래에 있고, 달라이 라마는 저녁 태양 아래에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정오의 태양보다 약간 동쪽에 있었다.(1권 ‘흔들리는 대지“ 본문 중에서) 투스는 세상 무엇보다 강해지기를 바랐다. 권력은 더 강함을 욕망하고, 부는 넘치는 과욕을 더욱 부추겼다. 이런 맹목적인 치달음이 티베트로 하여금 정체성을 잃고 역사의 파고에 휩쓸려버리게 한다. 투스는 중국의 항일 전쟁, 내전, 한족의 동화정책 등으로부터 민족의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했다. 티베트 민족의 역사는 그렇게 부서진다. 이렇듯 티베트의 멸망에 대한 티베트 인들의 반성적 자기 성찰을 깊이 있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투스의 권력을 먼지로 상징화해 그것의 몰락을 나타낸다. 그들의 권력은 그렇게 한낱 먼지가 되고 영원하지도 못하며, 어떤 의미도 되지 못한 채 사그라진다. 초연한 듯 태연함 속에 담긴 비극 소박한 듯 정교하고 덤덤한 듯 예리한, 언어의 연금술사 아라이의 손끝으로 그려진 판타지와 리얼리즘의 뒤섞임은 신비롭고, 절묘한 시선을 만들어낸다. 신비로운 라마교, 이국적인 티베트 족의 풍속, 전설, 신화 등의 판타지적 요소와 기독교의 이입, 중국의 항일전쟁, 중국의 내전, 한족의 동화 정책 등 역사적인 사건과 같은 리얼리즘적 요소가 뒤섞여 이끌어내는 비극의 전초는 좀더 밀도 있게 다가온다. 그 가운데 슬픈 사랑 이야기와 복수 이야기가 삽입되어 소설의 극적 재미를 더해준다. 인간의 비틀린 욕망, 그 욕망이 부른 비극적 결말. 그러나 또 다시 누구도 알지 못할 결말을 위해 시작될 무엇. 초연한 듯 시종 담담한 ‘바보’의 시선에 담긴 그들의 마지막 역사는 절정에서 비극을 맛본다. 작가는 농후한 티베트 문체로 초연함 속에 숨겨둔 비극의 맛을 한껏 살리고 있다. 작품을 써나가는 필치는 격정에 차 있으나 화자의 시선은 더할 수 없이 차분하기만 하다. 낯설지만 흥미로운 티베트의 삶이 G.G.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만큼이나 신비롭고, 슬프다. 흰색, 그들을 존재하게 하다 이른 봄에 내리는 하얀 눈, 단단한 대지를 뒤덮는다. 그들은 흰색을 삶 전체에 녹여놓았다. 투스의 관할지, 사람들이 사는 집과 사원, 바위와 점토로 쌓아 놓은 건물만 봐도 우리가 이 순수한 색깔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문어귀와 창틀에는 투명한 석영이 놓였고 문틀, 창틀도 백색으로 칠해져 있다. 밖의 높은 벽에는 사악한 기운을 내쫓는 금강역사 도안이 흰색으로 칠해져 있으며 방안의 벽과 궤짝에는 눈에 잘 띄는 해와 달무늬 등이 흰색 밀가루로 그려져 있다.(1권 ‘흔들리는 대지’ 본문 중에서) 은돈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들의 흰색에 대한 애정이 은돈에 대한 애정의 시작이었다. 부와 물질에 대한 그들의 맹목은 애초에는 그저 그들의 삶이자 정서였다. 또 다른 흰색, 양귀비의 하얀 액체가 그들을 목마르게 하기 시작한다. 붉은색, 그들을 지게 하다 흰색에 대한 뼛속 깊은 신뢰와 믿음이 탐욕과 혼란으로 돌아왔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한순간에 물들여버린 붉은색. 그들의 역사를 마지막 절정으로 치닫게 한다. 두세 달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갔다. 양귀비꽃이 피었다. 커다란 빨간 꽃은 마이치 투스의 영지를 찬란하고 웅장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우리의 땅에 처음으로 나타난 이 식물에 홀렸다.(1권 ‘흔들리는 대지’ 본문 중에서) 군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 곧 다시 전투가 일어날 것이니 자신의 하얀 한족과 힘을 합치자고 했다. 빨간 한족이 오면 투스를 없앨 것이고, 나처럼 돈과 총이 있는 부자도 없애버릴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2권 ‘침묵하다’ 본문 중에서) 하얀 대지를 밟고 서서 삶의 영원을 확신한 그들을 한순간 혼란으로 몰아넣은 붉은색, 그리고 많은 여러 가지 색. 삶에 안주해 많은 것에 준비되어 있지 않고 익숙하지 않았던 그들을 두드리는 낯선 것들. 새로운 종교, 물질, 문화, 그리고 질병. 그 色들이 그들을 끝없이 어딘가로 몰아간다.

저자소개

1권흔들리는 대지 1 야생 화미새/태양을 다스리다/쌍지 촐마/귀한 손님 2 마음속에 핀 꽃/죽음/대지가 흔들리다 3 백색의 꿈/망나니의 집/새 교파 겔룩파/은돈 4 은 세공장이의 청혼/여자/잘려진 도둑의 머리/잃어버린 영약/귀에서 꽃이 피다/양귀비꽃 전쟁 5 혀를 자르다/역사책/뭘 두려워해야 하는가/똑똑한 사람과 바보/영국 부인 돌아오다 6 보루/청보리/여자 투스 2권침묵하다 7 촐마/운명 그리고 사랑/약혼/시작/새로운 부하 8 변경 시장/남쪽의 소식/오래된 원수/집으로 돌아가다 9 기적/투스의 양위/말을 하지 않기로 하다 10 자객/자객의 규칙/먼 곳에서 온 손님/빠른 것과 느린 것 11 미래에 관하여/그들은 늙었다/투스들/매독 12 색깔 지닌 사람들/변소/포성/티끌이 머무는 곳

목차소개

아라이 지은이 아라이(阿來) 1959년 중국 쓰촨 서북부에 위치한 아페 티베트족 자치구 출생. 1980년대 중반에 첫 작품을 발표한 이후 티베트는 물론 중국 전역에서 주목받았으며, 티베트 고유의 문화를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초의 장편소설이자, 중국 ‘마오둔(茅盾) 문학상’ 수상작인 『色에 물들다(塵埃落定)』에서 그는 티베트의 풍속ㆍ전설ㆍ신화를 자유자재로 섞어가며 환상적인 문학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그 외 작품으로는 소설집 『지난날의 혈흔(舊年的血蹟)』, 『떠도는 혼』(티베트 단편소설선집, 공저), 시집 『쑤오머허(梭磨河)』가 있다. 옮긴이 임계재 숙명여자 대학교 및 동 대학원에서 중어중문학을 공부했으며, 성균관 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현대 소설 전공). 현대문학에 관한 논문 수편과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짧은 글이 다수 있다. 옮긴 책으로는 경요의 『가을의 노래』, 『만나고 헤어지고』 등과 , 목도의 『소설 굴원』이 있다. 『중국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만화로 본 중국의 이해)』의 감수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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