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목소리들

고봉준 | 소명출판 | 2008년 09월 30일 |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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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1부 2000년 신춘문예에 ‘백무산론’이 당선되어 등단한 고봉준의 두 번째 평론집 이 출간되었다. 평론집 제목에 쓰인 ‘다른 목소리’는 “너무 높거니 낮은 주파수, 세상의 가청권 바깥에서 들려오는, 대개의 경우 무의미한 소음이나 불협화음처럼 희미하고 불쾌하게 들렸다가 이내 대기 속으로 흩어지고 마는 목소리들”처럼 세상의 바깥에서 발화되는 음성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항상 복수형으로 명명되는 이 다른 목소리들은 존재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 시대 문학의 다른 이름이며, 동시에 문학 장(場) 안을 떠돌아다니는 유령들의 음성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총3부로 구성되었는데, 총론격인 1부에는 이론적인 성격의 글들이 실렸다. 타자, 마이너리티, 디아스포라 문제를 민족문학이라는 근대적 시선으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이론적 노력에서부터 ‘근대문학의 종언’이라는 가라타니 고진의 주장에 대한 메타비평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 년 동안 비평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논의들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흔적이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2부는 우리 시대의 시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인론과 작품론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고, 3부는 ‘미래파 논쟁’을 전후한 시기에 발표된 주제론으로 채워져 있다. ‘바깥’은 멀고도 가까운 세상의 안쪽에 속하는 곳이지만, 상식적인 감각이 닿을 수 없는 이질적인 세계의 좌표이다. ‘목소리’란 결국 하나의 균질적인 의미체계로 흡수되지 못하는 방식의 언어이며, ‘우리’라는 세계로 감당하기 어려운 파국의 징후이다. 그것은 항상 복수로 사유되어야 하다. 다른 목소리들의 거처는 ‘여기(here)’가 아니라 그 너머, 혹은 우리의 손가락이 닿을 수 없는 저기일 것이다. 아니, 다른 목소리들로 충만한 문학의 거처는 세상 모든 곳이면서 결국 아무 곳도 아닌, 비장소일 것이다. ―`책머리에` 중에서 1부에 실린 몇 편의 비평은 고봉준의 비평이 놓인 위치를 실감하게 한다. `연대는 어떻게 가능한가`는 한국문학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두 개의 아시아 담론을 비판적으로 조망하면서, 이주노동자의 등장이라는 상황의 변화가 타자와의 연대에 어떤 변화를 끼치고 있는가를 이론적으로 살핀 글이다. ‘창작과비평’과 ‘한국문학작가회의’로 대변되는 그 두 흐름 사이에서 저자는 타자의 문제를 ‘인권’의 확장으로 사유해서는 안 된다는 것, 나아가 연대는 언제나 양자의 정체성을 허물고 재구성하는 것이어야 함을 주장한다. `추방과 탈주`는 구성으로서의 연대라는 관점을 더욱 밀고나가 ‘타자’와 ‘윤리’라는 개념으로 동시대의 사상들을 사유하고 있으며, `2000년대 한국소설의 내면풍경과 상상력의 좌표`는 2000년대 문학의 지형 변화라는 시각에서 타자성이 문학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를 살폈다. 1부에 실린 여러 편의 비평문은 다음과 같은 저자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바, 그것은 문학에 대한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여전히 우리 문단과 독자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 한때 문학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때 나는 문학에서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는 독수리의 시선만을 상상했다. ‘믿었다’라는 말이 그러하듯이, 그것은 현실적인 힘이 아니라 의지와 믿음의 문제에 가까웠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그 믿음의 배신에 냉소와 조롱으로 답한다. 그러나 문학이 바꿀 수 있는 세상이란 감각의 세계일 뿐. 그런 까닭에 여전히 문학은 감각의 탈구축이라는 자신의 존재의미에 충실하고 있다. 나는 문학이 감각을 통해 삶으로 향하는 에움길 가운데 하나일 뿐 유일한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한, 문학의 목소리로 지금, 이곳과 다른 세계를 상상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책머리에` 중에서 1부의 총론을 제하면 이 평론집의 대부분은 작품에 대한 해석과 판단이라는 문학평론가의 임무에 충실한 현장비평들로 채워져 있다. 지난 몇 년 간, 문단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작가와 작품, 때로는 요란한 파열음 대신 조용히 스쳐 지나간 작가와 작품이 이 한 권의 평론집 안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다. 시인론으로 구성된 2부는 김경주, 백무산, 여태천, 이원, 조말선 등 2000년대의 주요 시인들의 시세계에 대한 분석을 채워져 있다. 주제론에 해당하는 3부는 ‘환상’이라는 현대시의 특징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분석, 2000년대 시가 ‘가족’을 그리는 방식의 변화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서정시를 위한 변명`과 `반전통과 서정`은 우리 시대의 시적 변화를 ‘서정’의 변화라는 코드로 짚어낸 글들이다. `타자의 시선으로`는 2000년대 시가 타문화와의 접촉을 어떻게 형상화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으며, `시에 관한 네 개의 단상`은 시의 본질적 특성에 대한 해명을 통해 21세기에 시(詩) 장르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사유하고 있다. 사유를 빙자한 해석만이 난무하는 시대를 거슬러가려는 의지로 충만한 이 책은 동시에 우리 시대 문학의 지형도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길잡이이기도 하다.

저자소개

저자: 고봉준 소개 : 1970년 출생.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평론집 『반대자의 윤리』 『다른 목소리들』. 고석규비평문학상 수상. 『작가와비평』 편집동인, 『딩아돌하』 편집위원.

목차소개

1부 연대는 어떻게 가능한가 민족문학과 아시아 아시아를 사유한다는 것/아시아, 네이션의 안과 밖/인권의 주체는 누구인가/타자를 사유한다는 것/구성으로서의 연대 추방과 탈주 타자·마이너리티·디아스포라 타자는 메시아처럼?/타자와 윤리/추방자로서의 마이너리티/국가의 한계지점에서 2000년대 한국소설의 내면풍경과 상상력의 좌표 포스트 IMF 시대의 문학/노동하는 인간에서 노는 인간으로/변신하는 가족모델/이주(migration)라는 유령 근대 문학의 종언, 그리고‘소설’이라고 불리는 대략 난감한 글쓰기들 공통적인 것의 생산, 혹은 출구로서의 윤리 윤리학적 전회/‘타자’는 인정의 대상인가?/‘똘레랑스’와 ‘인권’을 넘어/공통적인 것, 또는 차이의 윤리 지금, 한국소설의 체질은 바뀌었는가 장편이 돌아왔다?/장편소설을 보는 몇 개의 시선/시장성을 넘어서 2부 바람의 연대기 김경주론 성(聲)/성(城)의 시/시차(時差), 또는 현기증의 시/몽상가의 별에서 풀씨 하나에 깃든 전체 백무산론 생성/잠재성/모든 길 불안의 감각 여태천론 나는 부재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원, 몸 밖에서, 몸 안으로/거울 밖에서, 거울 안으로 오이디푸스를 위한 무덤 조말선론 3부 재현적 리얼리티의 바깥 풍경들 귀환자의 진실/재현적 리얼리티의 외부/미친, 감각의 제국과 리얼리티 나는 고아다 왜 가족인가?/새로운 가족 모델은 가능한가?/우리는 모두 고아다/가족, 그 참혹한 풍경 개인이라는 척도, 혹은 ‘나’라는 자폐적 이기성 지형도/감각의 행로, 자기 명명의 정치학/‘자아’에 갇힌 분열자의 초상/두더쥐의 저항 서정시를 위한 변명 2 최근 젊은 시인들의 시에 대한 몇 가지 단상 서정시를 위한 변명 3 최근 젊은 시인들의 세계관과 자의식에 대하여 서정시를 위한 변명 4 관계를 사유하는 새로운 시적 모색들 별과 별자리 혹은 나무와 숲/기댄다는 것/스며든다는 것 혹은 물든다는 것/부빈다는 것 혹은 껴안는다는 것 반전통과 서정 단절의 전통/서정, 두 개의 기원/서정과 낭만주의/서정적 자아를 넘어서 타자의 시선으로 몽골, 티벳, 인도, 마야의 여행시들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의 확장과 여행시/시선의 윤리-최승호, /오래된 시간-신대철, /티벳에 대한 두 개의 시선-이문재와 이용한의 시/인도에서 마야까지-차창룡과 곽효환의 시/시선을 넘어서, 사유로 시와 음악, 그 낡은 질문의 새로운 의미 시의 음악적 기원/시와 음악-연속성에서 반복불가능성으로/혼종의 몇 가지 표정들/재현에서 표현으로 시에 관한 네 개의 단상 언어는 한계이다/거대한 소수에게 바침/설명하는 것과 보여주는 것/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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