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한국인이 거주한 집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상류 계층인 양반은 기와로 지붕을 덮은 ‘와가(瓦家)’에, 서민들은 벼나 조의 짚, 수숫대 등 농작물의 부산물로 지붕을 덮은 ‘초가(草家)’에 살았다. 초가는 썩기가 쉬워 일이 년 만에 한 번씩 갈아 씌워야 하는 약점을 지니긴 했지만 경제적, 구조적인 면에서 성능이 뛰어난, 가장 우수한 재료였다.
이와 같이 초가의 문화는 자연의 생명력과 인간의 생산력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민중 공동체의 문화이다. “내가 살 집을 내가 짓고 고치며 또 후손에게 대를 이어 물려주게 한다”는 지극한 정성과 ‘주인의식’으로 지어지는 것이었기에 초가의 문화는 그 자체로 소우주의 총체성을 지니며, 우리 민족의 생활 문화를 담은 그릇이다.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사라져 버린 초가를 그 원형(原形, Archetype of Choga), 삶(Living in Choga), 가신(家神, Gods in Choga)의 세가지 측면에서 바라본 이백점의 사진과, 건축학, 정신문화사, 민속학적으로 초가를 고찰한 글을 함께 엮은 이 책은 한국 민족의 옛 서민 생활문화를 생생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