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다로의 연인] 제2회 디지털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심사위원 이순원(소설가) 이경호(문학 평론가) 권태현(출판평론가) 이현경(영화평론가) 황세연(추리소설가) [[ 작가의 말 ]] 사랑은 가슴으로 만든다. 붉은 피가 심장에서 펄펄 끓어야만 사랑의 결정이 생긴다. 그래서 사랑은 뜨겁다. 손을 잡거나 입술을 포갤 때 뜨겁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뜨거우면 뜨거울수록 우리 몸은 더 간절히 전율한다. 투명한 오감(五感)이 동시에 작용한다. 사랑의 병에 걸리면 치료할 약이 없다. 투명한 오감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처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료할 방법이 한 가지 있다. 그 방법을 찾아 오천오백 년 전으로 시간을 전송한다. [[ 들어가기 전에 ]] 2007년 2월 6일 이탈리아 만토바 인근 발다로에서 발견된 신석기 시대의 남녀 유골이 발견 당시 상태로 박물관에 보존될 예정이다. 5000년 이상 된 연인의 유골을 따로 떼어내 재조합하는 방식이 아니라 발굴 당시 주변 흙까지 그대로 들어내 옮기는 방식이다. 이로써 5천 년의 포옹 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신석기 시대의 ‘발다로의 연인’이 ‘영원히’ 포옹한 채 서로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두 사람의 정확한 사인을 둘러싸고 여러 추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들이 남성과 여성이라는 사실은 거의 확실하다. 특히 치아가 손상되지 않은 점에 미뤄 젊은 나이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왼쪽 남자유골에서는 척추에 화살을 맞은 흔적이 발견됐지만 여자 유골은 멀쩡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략 5550년 전이라고 해 두자. 당시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전쟁을 했을까? 여자와 남자 중 누가 더 우월했을까? 자연은 사람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욕망은 어떤 삶을 귀속시켰을까? 사랑의 조건은 무엇일까? 사랑? 누군가 갈라놓으려 했던 사랑! 그러나 그 무엇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사랑! 그래서 가슴 아프고 애절하고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사랑! 오천오백 년이 지난 오늘 연인의 사랑이 영원하길 빌며 이 글을 바친다. [[ 1. 먹을거리 ]]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예지력과 뛰어난 사냥술 그리고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믿음까지 가진 전사는 그리 흔하지 않다. 오래 전 전사들 중에서 그런 능력을 가진 족장이 한 명 있었다. 그는 여러 부족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부족을 통합하여 열매와 나무 그리고 짐승들이 넘치는 어떤 산 아래로 이동해 왔다. 족장은 그 산이 무척 컸으므로 더큰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따뜻한 해가 빛을 뿌리고 물이 풍성하게 솟는 장소를 골라 부족의 거처를 정한 뒤 점점 세력을 키워갔다. 주변에 있던 작은 부족들이 합류하고 오랜 기간 유지된 평화로 인해 족장은 이곳에서 살기에는 부족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판단을 내렸다. 물론 성격이 불과 같은 세 딸이 서로를 헐뜯고 족장이 되려는 쟁탈을 막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래서 성장한 그의 세 딸들에게 부족을 나눠준 후 더큰산을 가운데에 두고 세 방향에 터를 잡아 살도록 했다. 네 부족으로 나뉜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어머니 족장이 만든 규율을 지키며 강성한 부족으로 커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