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절망에 빠진 한 청년의 정신적 붕괴와 살인 인간 내면의 철학적?심리적 고뇌와 갈등을 그린 리얼리즘의 대작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니코프에겐 홀어머니와 여동생이 있다. 그 두 사람에게 라스콜니코프는 범접할 수 없는 세상 유일의 희망이다. 대학을 졸업하면 대단한 출세를 할 거라고 기대하면서 그들은 그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떤 불편과 모욕도 기꺼이 참아낸다. 사랑하는 여동생은 그의 출세를 돕기 위해 원치 않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남자와 결혼까지 감당하려 한다. 그는 이런 현실이 답답하고 증오스럽다. 그리하여 학교도 그만두고 어느 누구도 만나지 않으며 끼니까지 거르면서 좁은 하숙집에 스스로를 감금한다. 병적인 사색 속에서 그의 정신착란 증세는 점점 심각해지고 결국 악랄한 고리대금업자인 노파를 죽인다. 단순히 물건을 훔치기 위한 강도살인이 아니다. 나폴레옹처럼 선택된 강자는 인류의 행복을 위해 사회의 도덕률을 뛰어넘을 권리가 있다는 어긋난 사상(신념)에 의한 살인이다. 최초의 살인은 운 좋게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았고 그를 의심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 새겨진 죄의식은 스스로를 잔인하게 억압한다. 결국 그는 경찰서에서 노파의 살인사건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기절해 버렸고 이후 심각한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며 스스로 파멸해간다. 여전히 물증은 발견되지 않은 가운데 그는 주위 몇몇 사람들에 의해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쉽게 굴복할 그가 아니다. 법학도답게 논리정연하고도 냉정한 반박을 통해 그들과의 싸움을 지속한다. 때마침 시골에서 어머니와 여동생까지 올라와 그의 마음은 더욱 혼란스럽다. 과연 라스콜니코프는 이 상황을 어떻게 견디어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