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자유의지는 운명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비극적 운명 앞에 놓인 나약한 인간의 실재 토마스 하디의 작품들은 대부분 숙명론적 인생관이 그 기조에 깔려 있기 때문에 침울하고 심각한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읽혀지고 있는 장편 테스 는 이러한 비관적 운명관이 가장 애절하게 담긴 작품이다. 이 책은 토마스 하디의 단편소설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 다섯 편을 엮었다. 특히 아내를 위해서 와 공상을 즐기는 여인 은 비관적 운명관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아내를 위해서 에서 욕심 많은 여인 조안나는 친구가 흠모하던 남자를 유혹해 결혼을 감행하고 훗날 부유한 상인과 결혼한 그 친구를 시기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 결국 그녀의 욕심은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들은 머나먼 바다로 내몰았고 약속한 시간이 지나 몇 년의 세월이 흘러도 그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감상적인 여인의 환상을 매우 인상 깊게 묘사한 작품인 공상을 즐기는 여인 의 결말 역시 보기 드문 성격의 비극을 나타내고 있다. 그저 마음으로만 한 시인을 사모했던 마치밀 부인 하지만 시인의 갑작스런 자살로 인해 세 아이의 엄마이자 아름다운 아내였던 그녀는 깊은 슬픔에 빠지고 결국 넷째 아이를 출산한 후 생을 마감하게 된다. 하지만 결말은 독특한 반전을 예고한다. 새로 태어난 아기가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인의 모습을 빼닮았다는 것! 냉혹한 운명의 장난 속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하디는 독특한 시선으로 관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