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킨과 더불어 러시아문학의 쌍벽을 이루는 레르몬또프의 화제작 자유를 박탈당한 청년의 고뇌와 운명을 그리다 우리 시대의 영웅 은 제정 러시아의 탄압 아래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완전히 자기를 상실한 19세기 러시아 청년의 고뇌를 그린 위대한 작품이다. 당시의 러시아 사회는 정치에 있어서 낭만주의라고 할 수 있는 데카브리스트(12월당)의 난이 실패로 돌아가고 폴란드의 독립운동 등 급진운동이 계속 일어나 니꼴라이 1세가 극단적 탄압 정책을 감행하던 시대였다. 이러한 극단 정치 밑에서 모든 자유를 빼앗긴 ‘잃어버린 세대’의 초상화가 바로 우리 시대의 영웅 속에 그려져 있는 것이다. 주인공 뻬쵸린을 뜯어보면 그는 풍모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사실상 교양과 행동력을 몸에 지닌 유능한 청년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재능과 의욕을 마음껏 발휘해 볼 기회나 장소가 없다. 푸시킨의 작품 오네긴 의 세대는 데카브리스트의 난에 참가할 가능성도 갖고 있었으나 레르몬또프의 우리 시대의 영웅 의 뻬쵸린의 세대는 이미 때늦었고 이미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봉쇄 박탈당하고 있다. 그러기에 뻬쵸린은 사랑하고 있지도 않는 여자를 사랑하는 척 가장도 하고 부질없이 주위의 사람들을 경멸 조롱하고 스스로 깊은 우수에 고민하는 것이다. 뻬쵸린은 ‘나는 마중 올 마차가 오지 않으므로 가서 잘 수도 없고 무도회에서 하품을 하고 있는 인간’이라고 자신을 비웃고 있는가 하면 ‘웃음 짓고 있을 때에도 눈동자만은 웃지 않는다’고 냉정한 성격으로 변해 있었다. 이 청년의 어쩔 수 없는 우수는 당시 러시아의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전형적인 청년의 고민과 영원히 맥박을 나누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오늘날에도 독자의 가슴을 울려주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