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도 종이책 출간작으로, 종이책에는 없는 외전 한 가지(그 후의 이야기)가 수록되었습니다. "사랑은 9회말 투 아웃"과 시리즈입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후연은 어렸을 때 마음에 담은 지현과의 계약결혼에 동의한다. 지현 또한 그를 끌리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 속에 거리를 둔다. 위태로운 결혼 생활이 이어지는 가운데 후연은 결심을 하게 되는데…….
▶ 내용 발췌
“저와 결혼…… 하겠습니까?”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후연은 격렬하게 끓어오르는 감정을 죽이려 애쓰며 이어 말했다.
“가짜로 말입니다. 그 사람은 지금 죽어가고 있습니다. 최대 2년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그동안만 부부로 지냅시다. 죽어가는 사람의 소원입니다. 저는 야구를 그만두지 않을 겁니다. 은퇴한 후엔 우리나라로 돌아오겠지만 코치라든가 다른 방법으로 야구를 계속할 겁니다. 저에게 우명 그룹은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하지만 지현 씨는 아니지요. 또한 저와는 달리 지현 씨에겐 그룹을 이끌어갈 능력이 충분히 있습니다.”
-계약결혼을 하자는 말인가요?
침묵 뒤에 들려온 지현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고요했다. 아무 감정도 깃들어 있지 않은 것처럼.
“……그렇습니다. 저와 결혼하면 지현 씨는 가란 그룹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죽어가는 그 사람의 소원을 외면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겠지요.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한 2년 정도만 제 아내가 되어주십시오. 저는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 각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겨 존경을 받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으로 간단하게 HOF라고 불린다. 최고의 영예)에 들어갈 겁니다. 은퇴한 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려면, 이혼 경력 정도는 괜찮지만 전체적으로 사생활이 깨끗해야 합니다. 그동안, 그리고 그 뒤로도 언론플레이를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이상은, 바라지 않나요?
당신을 바란다. 당신을 원한다.
후연은 마음속의 외침을 가까스로 억제하고, 가슴 아픈 거짓말을 내뱉었다.
“바라지 않습니다.”
-……생각해 볼게요.
“2월 중순에 스프링캠프가 열리기 전까지 국내에서 지낼 생각입니다. 가능하면 빨리 답변을 해 주시길 바랍니다.”
5일 뒤, 후연이 전화로 결혼을 청한 것처럼 지현 또한 전화로 청혼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1주일 뒤, 부혁의 병세를 이유로 그들은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