챈들러의 초기 작품중의 하나로 Philip Marlowe의 전신이 등장한다. 중편 분량이나 여전히 챈들러의 매력을 갖고 있어 한번 읽어 볼만한 소설이다. 배경은 대공황의 후유증과 금주령으로 미국이 별로 풍요롭지도 않고 흥청거릴 수도 없었던 시절 그러나 한편으로는 도덕적으로 매우 청교도적인 것을 강요하는 엄격한 시대였다. 말하자면 고답적인 정의와 순정이 좀 살아있었던 시절의 얘기이고 여자들이 속옷을 여러 겹 걸쳐야 외출을 하던 때의 얘기다. (이 작품의 출간연도는 1935년이다.) “Killer in the Rain”은 챈들러의 단편 (중편) 중 대표작으로 꼽히며 훗날에 집필한 “Big Sleep”등의 장편소설의 모델이 되었던 작품이다. 사실은 후대의 작품들은 모두 이 작품에 물을 타서 늘린 것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것이 챈들러의 작가로서의 약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챈들러의 문장은 요즘의 기준으로는 때로는 따분하고 건조하고 동떨어지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한 마디로 현대인에게는 좀 맵시가 좀 덜 하게 느껴진다는 말이다. 하지만 문체란 시대와 환경을 뛰어 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챈들러 자신도 “더 잘 쓰고 싶은 것이 작가의 욕망이지만 만약 내가 더 잘 썼더라면 출판되지 못 했을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펄프 픽션 작가로서의 감내해야 하는 제약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당시 작가들이 갖고 있던 formula에 의한 제약을 말한다. 챈들러 보다는 훨씬 후대이며 후배인 추리소설 작가인 Robert Parker는 이러한 formula의 제약이 없이 글을 간결하고 매끄럽게 쓸 수 있었던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리고 Parker는 챈들러의 미완성 유작인 “Poodle Spring”을 완성하여 출판하였다. 이미 한국에도 번역되어 소개된 것으로 알고 있다. Killer in the Rain은 한국에서는 아직 책의 형태로는 출판되지 않았고 몇 년전에 어느 잡지에서 전 후편으로 나누어 연재한 적은 있다고 하는데 접해 본 적은 없다. “ebook으로는 이번에 처음 번역 출판하게 되었으니 재미있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페이퍼 백 80 페이지 분량의 중편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