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을 꼭 해야 된다는 말씀이시죠? 전 웬만하면 내일쯤 퇴원하고 싶은데.”
“강현아 씨.”
“네?”
또다. 그의 표정이 보일 듯 말듯 일그러졌다. 짜증? 귀찮음? 불쾌함? 분노? 어떤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거 하나만은 확실하다. 저 의사, 나를 알고 있다. 수많은 감정을 담고 있는 그의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마주친 기억이 없는 그가 나를 알고 있다니.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떠오르지 않는 얼굴이었다. 이쯤 되니 나 또한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야. 너, 나 기억 안 나냐?”
쿵. 머리위로 커다란 바위가 떨어진다. 야? 야라고 했어? 잘못 들은 건가 싶어 손등을 꼬집어보는 내 귓속으로 또 다시 타고 흘러 들어오는 의사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가 한 층 더 낮아졌다.
기묘하게 굳어지는 그의 표정이 무섭다. 날 아는 사람인가? 누구지?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그의 표정에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