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뒤틀려있는 현실. 지치고 암울한 시간들. 주인공 앞에 나타난 검은 고양이 한 마리. 휩쓸리듯 떨어진 또 다른 세계는 죽음으로 가득 차있다. 처음 말을 걸어준 건 해골이었고, 자신이 거북이라 주장하는 도마뱀과 정신이 나간 듯해 보이는 토끼와 함께, 다시금 현실의 길을 찾아 나서는 여자의 이야기.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오즈의 마법사를 뒤섞어, 아메리칸 맥기스 앨리스라는 게임의 내용처럼 잔혹하면서도 핏빛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작가의 필력이 놀랍다. 차분히 진행되다가도 마치 칼날처럼 찔러오는 표현력과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내용의 진지함, 몽환적인 스토리라인이 독자의 혼을 빼놓는다. 자신의 철학을 잘 다듬어 글에 녹여내는 실력과 매끄러운 복선들은 마지막의 반전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글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마치 끈적끈적한 피바다를 걷는 듯하지만, 작가는 그것에서 역겨운 피비린내 대신 장미향이 나게 만든다. 아름답고도 곤혹스러운, 하지만 현실보다 훨씬 노골적이어서 오히려 편안한. 이러한 이질적인 여러 가지를 마구 집어넣어 작가만의 실력으로 멋진 음식을 만들어낸다. 정말 해괴해 보이지만, 왜인지 먹어보고 싶은 음식. 그리고 다 먹고 나서는 이 사람의 음식이라면 다음에 그것이 어떤 것으로 만들던 꼭 먹어보리라 다짐하게 만드는 그런 것.
이미 많은 독자가 알고 있는 내용이 아주 새로워질 순 없으나, 그것을 기반으로 얼마나 많은 변조가 가능한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글 소개의 마지막으로, 글 내용 중 한 대목을 짚어본다.
“그러니까 날 데려가줘요! 나를 아는 누군가가 있는 곳으로!”
목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크게 외쳤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득한 어둠속으로 물방울이 가라앉았다. 부드러운 무엇인가가 귓가에 닿았다.
“그 외침. 접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