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비참한 고뇌를 예술로 승화시킨 ‘고뇌의 찬미자’ 모순과 갈등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상을 그린 불후의 단편들 흔히들 도스토옙스키를 일컬어 ‘고뇌의 찬미자’라고 한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작가가 전하려는 사상 즉 모든 악을 용서하는 숭고한 사랑이나 모든 죄를 회오케 하는 교훈이 아니라 주인공들이 겪는 비참한 고뇌인 것이다. 하지만 도스토옙스키가 인간의 고뇌를 묘사한 것은 단순히 그것을 찬미해서가 아니라 고뇌하는 사람들의 영혼의 절규를 억눌러서는 안 된다고 하는 생각에서이다. 그가 항시 도회지 뒷골목의 지하실이나 지붕 밑에 사는 사람들 가난한 학생들이나 하급 관리들 학대받고 모욕을 당한 사람들에 대하여 주의를 돌린 것은 이들에게 향한 한없는 깊은 사랑 때문이다. 특히 아무 잘못 없이 괴로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을 묘사하는 그의 필치에는 분노에 찬 항의가 깃들어 있다. 이 힘없는 사람들의 고뇌 앞에서 그는 너무나 경건했고 그의 예술은 순화되었다. 여기에 수록된 세 편의 단편도 대개 그런 동정이 깔려 있는 일품들이다. 유부녀와 침대 밑 사나이 는 질투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젊은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힌 한 사나이가 추태를 부리는 꼴을 묘사한 것으로 아내를 질투하는 남편의 심리묘사가 잘 그려져 있다. 크리스마스트리와 결혼식 은 도스토옙스키가 가벼운 기분으로 쓴 것으로 주인공 마스따꼬비치의 묘사는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주 정욕적이고 욕심이 많으면서도 점잔을 빼는 이중인격을 가진 마스따꼬비치는 도스토옙스키의 단편 약한 마음 에도 나오지만 이미 페테르스부르크 연대기 에서 소개된 바 있다. 이상한 사람의 꿈 은 작가의 일기(1877년 4월 제2장) 에 실린 단편 가운데서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주인공이 이 세상의 온갖 것이 너무 비천하고 추악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자살을 결심하기에 이르지만 우연히 본 꿈의 계시에 의해서 갱생의 길에 들어서 전도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지하 생활자의 수기 와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주인공의 심리로 도스토옙스키적인 깊이를 간직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핵심은 그가 본 꿈속에 내포되어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탐구정신이 얼마나 깊은가를 알 수 있다. 사형선언을 받은 도스토옙스키이기에 이 단편을 엮을 수 있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