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탄의 여왕”을 본 독자들만을 위한 글.
3년 전 드레카르 왕의 명령을 거역하고 도망쳤던 카르는 공주 엘의 곁에 있기 위해 왕성으로 간다. 왕에게 혹독한 냉대를 받으면서도 카르는 엘과 비밀리에 알콩달콩 유치한 연애를 시작하는데…….
내용 발췌
“너 정말은 날 안 좋아하는― 읍!”
카르의 입술은 아주 단호하고, 집요했다. 엘은 그를 걷어 차버리고 싶었으나 그건 한순간이었다. 아까 잠시 맛보았으나 지난 두 달간 애타게 바란 것이 다시 품으로 들어오자 엘은 힘껏 그를 껴안았다.
“이봐.”
한참 뒤,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카르는 그녀와 시선을 똑바로 마주한 채 한마디했다.
“남자의 순정을 얕보지 마.”
듣는 엘이 부끄럽다 못해 손발이 오글거리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현명하게도 타박하는 대신 입을 다물었다.
“난 남왕이라는 자리엔 관심없어. 하지만 그게 네 곁에 있을 수 있는 자리니까 내가 감당해야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난 더 많은 훈련을 받아야해. 처음에 3년을 예정했으니 난 그 시간을 꽉꽉 채워서 배울 거야. 이건 네게도 필요한 일이야. 내가 잘 성장해야 네 어깨가 짊어진 무거운 의무를 조금이나마 내가 나눠가질 수 있으니까.”
카르의 얼굴은 쑥스러움 때문인지 조금 붉었다. 그러나 새파란 사파이어같은 눈동자는 세상에서 가장 강건한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엘은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아득한 기분이었으나 간신히 내뱉었다.
“나는 내 남왕에게 공무 능력을 요구하는 게 아니야.”
“내가 요구해. 내가 원해. 넌 나와 동등한 존재를 바라잖아. 그래, 누구도 타고난 왕인 너와 동등할 수 없긴 해. 하지만 네가 답을 찾지 못 하고 방황할 때, 내가 구체적인 답을 주지 못 하더라도 최소한 네 고민을 알아듣고 이애할 수는 있어야 하잖아. 나는 그렇게 될 거야. 힘들겠지만 가능하면 답도 주고 싶고.”
카르는 두 손을 그녀의 뺨에 댔다. 엘은 그의 손바닥 굳은살이 이전보다 더 단단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엘, 난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모든 것을 다 배울 거야. 그리고 떳떳하게.”
그는 다시 한번 입 맞추며 이어 속삭였다.
“너를 사랑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