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초라면 준수는 오늘 같은 상황에서 그렇게 눈길조차 두지 않고 술만 마시진 않았을 것이다. 결혼 전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미래 제수씨와 악수할 영광을 달라던 동창의 내민 손을 꺾어 제수씨가 아니라 형수님이라고 부르라고 단단히 주의를 줬던 준수였다. 섭섭함을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그렇지만 속상한 심정들의 두께가 쌓이면서 체념하는 부분이 많아지고 그 만큼 감정도 무뎌졌다. 이런 무뎌짐의 한 자락엔 자신을 방치한 준수에 대한 원망과 그런 태도를 받아들여야 하는 자신의 현실에 대한 짜증과 서러움이 또 뭉쳐지고 있었다....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