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방학 때 시골에서 경험한 여러가지 기억들을 글로 엮은 책. 할머니 닭이 막 나은 날달걀 먹기 닭도리탕 맴꼬리 매 미꾸라지잡이 시골친구들 다락에서 본 낡은 책 등 아련한 향수와 함께 떠오르는 옛 시골의 추억이 생생하게 그려져있다. 기억 이 매체를 이용하면 그 자체가 좋은 ‘유물’이 될 수도 있다. 가족공동체가 과거에만 집착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조상이 후손에게 유산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조상이 후손의 비전을 하나 가득 안고 떠날 수 있다면 그 가문은 필연코 명문이 될 것이다. 기억의 유산 나는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등 멀지 않은 조상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몇 가지 유물과 기억들을 물려받았는데 그것은 나의 성장과정 중에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어린 시절 시골 기억의 중심에는 단연 웅장한 기와집이 있었다. 그 유산은 뜻하지 않은 화재에 의해 소실되고 그 기와집을 중심으로 구성된 녹색의 추억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이 흐려져 갔는데 어느 날 조카 선광이의 말에 정신이 번쩍 났다. “우리 집안에는 훌륭한 사람이 눈에 띄지 않으니 나도 훌륭한 사람이 되기에는 틀렸네요.” 물론 선광이의 두 명제는 모두 참이 아니다. 우리 가문에 훌륭한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설령 그렇더라도 그것이 실패의 변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말은 나로서는 충격적인 인식에 도달하게 했다. 그렇구나. 우리 2세들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믿을 아무런 ‘유물’도 없고 ‘기억’도 없었구나! 그래서 나는 ‘기억’을 복원해 보기로 했다. 그 기억들이 다른 가족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가족공동체의 형성에 필요한 두 축 중의 하나가 마련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