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함께 똘짓을 하는 시대, 찌꺼기 낀 한국사회를 시원하게 쑤셔주는 이철희의 정치 한 방! “우리가 정치를 외면할수록 누군가는 이득을 봅니다.” 알아서 기지 맙시다! 담벼락에 욕이라도 합시다! 뭐라도 합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고 말했다. ‘인간은 민주적 방식을 통해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누군가에게 ‘정치적’이라고 한다면 그 속에는 진실하지 못하고 권력지향적이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정치는 오늘날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신간 『뭐라도 합시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정치적’과 오늘날 ‘정치적’의 함의를 동시에 묻는 정치사회비평서다. 1부에서는 앞으로 행보가 궁금한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부터 보수의 대표인물 박근혜, 이명박 등을 통해 보수와 진보의 나아갈 방향을 점치고, 2부에서는 현실정치가 돌아가는 큰 흐름을 비롯하여 의료민영화, 세제개편안 등 최근 사회의 핵심쟁점을 살펴본다. 저자 이철희(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는 오랫동안 정치계에 있다가 2008년부터 자발적 백수가 되어 정치판 바깥에서 두문불출하는가 싶더니 한 프로그램에 나오며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다. 심드렁하니 있다가 간간이 촌철살인의 돌직구를 날리며 납득할 만한 ‘썰’을 풀어내는 그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 속에는 오랫동안 입법부, 행정부 등을 거치며 축적해온 지식의 내공이 적절히 스며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우리가 정치를 외면할수록 누군가는 이득을 본다. 정치는 전문가가 있는 별개의 분야가 아니라 우리 삶의 문제다.” 진보는 시끄러운 깡통, 보수는 답답한 꼴통! 인물 중심 선거 대신 생활정책 어젠다로 이슈화해야 지난 대선 이후 많은 사람들은 한동안 정치적 감정마비를 겪어야 했다. 특히 진보성향에 가까웠던 중도의 상당수는 진보세력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렇다면 왜 진보는 단일화를 했는데도 실패했을까? 저자는 그 이유를 후보의 역량보다는 정당의 역량에서 먼저 찾는다. 전 세계적으로 보수세력은 어떻게 해서든 사회경제적 이슈로 선거를 치르려 하지 않고 정치 이슈나 도덕적 문제를 내세운다. 이때 진보세력은 어떻게 해서든 먹고사는 문제로 선거를 치러야 지지할 사람들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돌아보자. 유권자들이 박원순을 선택한 것은 수많은 복지정책 중에서 무상급식 단 하나를 보고 투표했기 때문이다. 진보는 친親복지, 보수는 반反복지라는 평범한 구도가 만들어졌고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에 무상급식 찬반구도가 형성되어 안철수의 지지선언과 더불어 박원순이 당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이 흐름이 대선까지 이어지지 못했을까? 박근혜가 이렇게 선명했던 여야의 대결 구도를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새누리당도 무상급식을 지지하고 복지정책을 펴겠다고 나서자 정책적 차별성이 흐려지고 결국 인물선거로 돌아서고 말았다. 현재 진보에게 중요한 것은 민심의 저류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수많은 이슈에 침묵했던 청와대도 기초연금 공약폐지에 대해서는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의도야 어찌됐든 대중을 움직이는 핵심 이슈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진보는 그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의 기본갈등이 무엇인지 설정하고 여기에 알맞은 대안을 만들어 보수가 내세우는 것보다 더 그럴듯한 방안을 내놓는 것이 앞으로 진보가 다시 설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일 것이다. 그렇다면 보수의 현재는 안녕할까? 박근혜의 집권으로 다시 전성기를 맞이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보수는 보수保守가 아니라 수구守舊에 가깝다. 스스로는 정통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업그레이드가 아닌 다운그레이드가 되고 있다. 안철수, 박원순, 문재인, 박근혜… 정치 게임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국회에서 시끄러운 도떼기시장 분위기가 자주 목격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역에서 뽑힌 각 대표들이 모여 자원을 배분받기 위해 법을 만드는 곳에서 서로 많이 가져가기 위해서는 싸울 수밖에 없다. 다만 싸우는 행태와 담론의 주제가 무엇인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그렇기에 무조건적인 비난보다는 합리적 비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책은 최근 정치판도를 주도하고 있는 가장 핫한 이슈메이커들을 상세히 훑으며 그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들을 진단한다. 예를 들어 최근 새정치연합을 창당한 안철수에게는 하지 말아야 할 말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아니다’, 두 번째는 ‘모르겠다’, 세 번째는 ‘생각해본 바 없다’이다. 이왕 창당을 한 이상 애매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과감한 도전, 창조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정치역사상 유일한 시민 대통령으로 남아 있는 아이젠하워를 언급하며 완전한 독자노선보다는 민주당과의 연대를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말한 부분은 새정치연합이 며칠 전 민주당과의 합당을 선언한 시점이라 더 눈길을 끈다. 문재인에게는 무엇보다도 자기가 내세우는 가치를 표현하는 방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그의 이력과 인상은 대중에게 호감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정치는 착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노무현은 자신이 정치를 하는 이유를 결과야 어찌됐든 무모할 정도로 고집스럽게 보여줬고, 안철수는 현재 ‘새정치’라는 추상적 가치를 표방하고 나섰다. 하지만 문재인에게는 그런 것마저 잘 안 보인다. 박근혜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이 4대 개혁법을 들고 나와 보수를 압박했을 때 주변의 마땅찮은 시선에도 겨울 장외투쟁을 하며 보수의 결속력을 높여 정치인으로서 독자성을 쌓은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집권 이후, 잇따른 인사 실패와 빠르게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모습은, 최근 집권 1년을 맞은 그가 과연 역사적 아이러니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시한다. 책은 이 외에도 진보의 새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박원순 작은행정의 장단점, 박근혜의 이인자로 불리는 김기춘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 보수의 막다른 골목에 선 김무성의 가능성 등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