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밴드들에게 대문을 활짝 열겠다"라는 말과 함께 시작한 KBS 2TV 밴드 서바이벌 'TOP밴드2'는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지난 시즌 축하공연 무대에 섰던 '피아', '타카피', '트랜스픽션'과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몽니', '와이낫'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형 밴드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나는 밴드다'라는 별칭을 얻었다. 덕분에 탑밴드2를 향한 네티즌들의 기대는 폭발했고, 어떤 밴드가 과연 탑밴드2를 통해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할지 갑론을박을 벌였다. 그리고 명에는 암이 있는 법.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밴드들은 자연히 화제의 중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신인발굴'을 목적으로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핵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알고, 수능 점수 누가 잘 받았는지는 수능 시험지 다 풀어봐야 안다. 방송 후 수 많은 네임드 밴드를 제치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를 무려! 주말 내내! 점령한 밴드는 이름도 생소한 '장미여관'이었다. 가요 가사를 표준어로 써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표준어로 쓰는 게 당연하다는 대중들의 생각을 깨트리며 걸쭉한 부산 사투리로 테킬라 시켜 달라고 해놓고 그냥 가는 야속한 '봉숙이'를 노래한 이들은 모든 게 다 센세이션이었다. 노래도, 얼굴도, 음악도, 연주도 어느 하나 안 충격적인 것이 없었다. '봉숙이'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폭소했다.
그러나 그것은 '웃겨서'를 넘어서 이들의 솔직함과 재기발랄함, 흠잡을 데 없는 라이브 실력에 대한 감탄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장미여관'은 탑밴드를 넘어서 대중스타로 떠올랐다. CF 섭외도 받았고, 각종 뮤직 페스티벌의 섭외리스트에 먼저 이름을 올려놓게 됐으며, 방송 3사와 케이블 채널을 넘나들며 자신들의 음악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누구나 가슴에 삼천원 쯤은 있는 거 아닌가요?'라는 말을 '누구나 인터넷으로 봉숙이 한번 쯤은 들어본 거 아닌가요?'라고 바꿔도 어색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