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더 들어봐. 그러고 몇 년 있다가, 안 그래도 힘든 고3시기 애정이 메말라 힘들어 하던 때에 위로가 되어주는 동기를 좋아하게 됐는데 이번에는 여자 친구도 없고 좋아하는 애도 없다잖아. 드디어 이번에는 연애를 하는 구나 하고 진짜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쩜 그렇게 시간이 안 맞아주는지. 고백할 타이밍도 못 잡고 얼굴조차 보지 못한 채 졸업을 하게 된 거지. 덕분에 자연스레 또 포기했어. 아, 아니지.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5년 동안이나 못 잊고 있구나? 이게 나의 세 번째 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어."
수영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제야 자신의 잔인한 행동을 인지한 수영이는 내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렸다. 그런 수영이보다 더 잔인했던 나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은 채 한마디를 남겼다.
"어때, 해 볼만 해? 네 말대로 스릴감도 넘치고 삶에 재밋거리 정도는 될 테니, 어디 한번 해봐."
결국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내 25년의 지독하게도 아픈 연애사를 내 앞에서 울고 있는 이 작은아이에게 쏘아붙이고 말았다. 차마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어 기숙사 문을 열고 나와 버린 텅 빈 캠퍼스에는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