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져”로 시작하는, 그리 단순하지 않은 소설. “헤어져”로 시작하며 처음부터 세게 나오는 이 소설을 접할 때만 해도 이별을 겪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거나,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며 수많은 장애물들을 지나 ‘그래도 사랑해’라는 종착역으로 향할 여느 사랑이야기 일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 헤어져’라는 이별통보가 아닌, ‘그놈과 헤어져’라는 이별권고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류의 삼각관계를 예상했지만, 이별을 권한 남자가 생판 모르는 남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오호라 거기에다가 첫 눈에 반한 사랑이야기까지 라고 생각했고, 그가 TV에 나오는 잘 나가는 스타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연예인이 첫 눈에 반한 여자를 사랑하는 영원한 고전일 수밖에 없는 백마 탄 왕자 시리즈를 한 번 대놓고 해보시겠다, 라고 오해를 할 뻔했다. 그런데 이 소설, 그리 단순하지 않다. 할 이야기도,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은 소설, [내 남자친구를 양보합니다] 사랑을 하는 이들은 저마다 아주 많은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이 좋아 보이고, 같이 있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고, 마냥 보고 싶어 하는, 설렘으로 시작하여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는 같이 있고, 이야기하고, 보고 싶다, 사랑한다, 라고 속삭이는 그들의 러브스토리는 밤을 새도 모자를 정도로 애틋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별이라는 것은 그 많은 이야기들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가야만 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자연스레 이별 또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머금고 사랑했던 이들을 떼어놓게 된다. 이별로 시작을 하는, 아니 이별을 하라는 권유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많은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있어야만 한다. 더군다나 사랑을 하는 당사자가 아닌 처음 보는 누군가가 다가와 ‘헤어져’라고 말했다면, 어처구니가 없지만 단호한 저 세 글자 이후에는 독자들을 납득시킬 만한 이야기를 풀어놔야만 한다. 작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보따리에 자신이 있었던 걸까. TV에 나오는 연예인이 다짜고짜 헤어지라고 하는, 어찌보면 무리하고 비현실적인 설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작가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서두에서 풀어 놓는 이야기들은 짐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정리 되지 않은 어느 게으른 이의 방 한켠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독자에게 서두의 비현실성은 현실의 영역이 되고 조금씩 납득이 될수록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면서, 끝내는 가지런히 정리된 어느 방의 풍경을 보는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도대체 왜 헤어지라고 하는 건지, 왜 싫다는 데도 졸졸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헤어지라는 말만 반복하는 건지, 도대체 왜 제목처럼 내 남자친구를 양보해야만 하는 건지, 이 소설은 할 이야기도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숨겨진 이야기들이 궁금하다면 작가를 믿고 한 번 따라와 봄직한 소설, [내 남자친구를 양보합니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