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들의 움직임은 굉장히 난폭하고 과격했다. 한동안 먹잇감을 먹지 못하고 굶은 맹수와 같이 달려들었다. 이상한 인육 냄새가 악취를 풍기며 내 인상을 찡그리게 했다. 이제는 돼지고기나 소고기도 먹지 못할 것 같다. 인육이 생각나서 말이다.
곧이어, 옆집 사내의 비명소리와 그와 동거를 하고 있는 여성이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나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 일초가 일분 같고 일분이 한 시간 같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 찰나의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 아무리 얄밉고, 한 대 쥐어박아주고 싶은 녀석이지만, 그래도 우리 아파트에 나와 함께 남은 유일한 생존자인데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 행여나 도와줬다가 내가 죽는 것은 아닐까.
나는 고민 끝에 이를 악물고 우리 집 현관문을 열고 소총의 총부리를 앞으로 겨누려고 했다. 그때 엄청난 괴성소리들이 뒤섞여 섬뜩하게 들려오더니, 지상에서 아파트 안으로 좀비 무리들이 들이닥쳐서 계단에 발을 쿵쿵거리며 올라오기 시작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