륜은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갑옷을 벗기고 나니 갑옷에 묻었던 것보다 더욱 흥건히 피에 젖은 옷이 눈에 띄어 어쩌면 좋을지 몰랐다. 한참을 고민하던 륜은 결국 그녀의 옷도 갈아입히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라를 내려다보던 륜의 목구멍으로 저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갔다. 륜이 애써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침착하게 중얼거렸다.
“난 그, 그냥 도와주려는 것뿐이야.”
하지만 그는 실제 변명에 불과하단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저 손가락만 한번 튕겨주면 말끔히 새 옷으로 갈아입혀진다는 걸 뻔히 알고 있었으므로, 방금도 직접 할 필요도 없었던 것을 끝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조심조심 벗겼던 것이다. 하지만 륜은 마력으로 하든 직접 손으로 갈아입히든 어차피 자신의 힘으로 하는 건 마찬가지라며 스스로 정당화시켰다.
“이, 이건 세라를 위한 일이야.”
또다시 중얼거리며 점점 세라의 가슴으로 향하던 륜의 손끝이 떨렸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