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만으로도 이야기를 압도하는 판타지 추리 액션물, 다니엘 블레이드!
다니엘 블레이드의 가장 큰 장점을 뽑자면 기본설정과 더불어 그 배경을 굉장히 잘 묘사하고 글의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판타지라는 현실과 다른 세상을 뛰어난 목수처럼 빈틈없이 건축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판타지니까, 하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독자들이 미처 눈치 채지도 못하게 글의 세상 속으로 빨아들인다. 때로는 스토리라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장르의 특성에 따른 백그라운드다. 이 부분이 제대로 쌓여있지 않으면 현실에서 한 발짝 벗어나 유유히 날고 싶은 사람들의 눈은 조악한 드라마 세트장을 만난 듯 실망하고 만다. 판타지라는 장르는 말 그대로 환상문학이다. 환상적인 풍경이란 말을 듣게 되면 어떠한 모습이 떠오를까? 거기서 웃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인가, 아니면 그 뒤로 환하게 빛나고 있는 태양, 아른아른 하게 날아다니는 꽃잎, 알 수 없지만 너무 아름답게 반짝이는 요정들의 파란 빛 등이 떠오를 것이다. 인물과 배경 중 어떤 것이 이 환상적인 상상에서 중요할까. 당연히 배경이다. 그만큼 판타지에선 배경이 중요한데, 다니엘 블레이드는 이 부분에서는 무조건 합격점이다.
시체에서 흔적을 찾고 얼굴 없는 범인을 찾아가는 판타지 식 CSI
랩업을 위해 괴물을 물리쳐야하는 판타지도 아니고, 희한한 생물들이 거들먹거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완벽한 묘사로 만들어낸 튼튼한 배경구조물안에 추리라는 새로운 소재를 집어넣었다. 몇 개로 분열된 거대한 대륙의 국가들의 정치적이며 자국의 이익을 쫓는 이기심도 적절하게 이야기 속에 풀어두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폼 잡는 대사 같은 건 다니엘 블레이드엔 없다. 인물들 간에 주고받는 대사 하나하나가 재미있고, 지방색이 완연한 사투리도 구수하게 울려 퍼지는 정말 신기한 판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