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내성의 장편 아동소설.
은주는 말을 채 잇지 못하고 갑자기 벙어리가 된 사람처럼 멍하니 여학생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니!”
그 순간, 은주는 가늘게 외치면서 뒤로 주춤 물러섰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노릇일까? 자기의 얼굴과 똑같이 생긴 얼굴이 바로 그 앞에 있었다. 똑같은 얼굴이 세상에 또 하나 있다니! 은주는 자기 또래의 거만해 보이는 소녀가 자기와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은주가 외치는 소리에 그 여학생도 은주 쪽으로 얼굴을 돌리다가 똑같이 놀라면서 몸을 흠칫 뒤로 움츠렸다.
“어머나!”
그 여학생은 신문을 팔러 다니는 초라하고 지저분한 여자애의 얼굴이 자기와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쩌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마치 판에 박은 듯 똑같은 두 개의 얼굴이 자동차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놀라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