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기담

유광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07월 2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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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효자와 열녀는 살인을 은폐하기 위한 도구였다?
교묘하게 덧칠당한 옛이야기, 그 속에서 찾아낸 ‘스위트홈’의 허상!

효성스러운 아들, 절개를 지키는 열녀, 지엄한 남편과 정숙한 부인이 아닌, 자식을 생매장하는 부모와 부모의 간을 빼먹는 딸, 자식의 존재를 부정하는 아버지 등 불온하고 끔찍한 모습들이 우글우글한 우리 옛이야기를 들여다본다. 소장파 국문학자인 유광수 연세대 교수가 고소설과 현대소설, 우리 설화와 외국 옛이야기를 넘나들며 그 속에 숨어 있던 삶의 진실을 찾아낸다.

삼국유사에는 「손순매아」라는 고전적인 효자담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가난한 집의 가장인 손순이 노모를 더욱 극진히 모시기 위해 자신의 어린 자식을 땅에 묻으려고 산에 올라갔다가 땅에서 돌 종을 발견하게 되고,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임금이 그를 ‘지극한 효자’로 칭송하여 상을 내렸다는 줄거리다. 그런데 정말 손순은 효도하기 위해 아이를 생매장하려던 것일까? 아무리 가난해도 손자를 땅에 묻어버리길 원하는 노모가 있을까? 저자는 손순이 가난한 살림에 먹을 입을 덜기 위해 자식 살해를 모의했던 것이고, 이 이야기를 이를 효라는 명목으로 치장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저자는 가부장의 시선으로 쓰인 고소설들이 어떻게 폭력적으로, 또 탐욕스러운 눈으로 여성의 모습을 그려내는지를 보여준다. 악독한 계모와 음탕한 첩들은 물론이고 지조 있는 기녀, 절개를 지키는 열녀, 현숙한 부인처럼 긍정적으로 묘사된 여인들 역시 한 꺼풀 벗겨보면 가부장의 욕망에 의해 일그러진 여성의 모습이다. '남편 말 잘 듣는 '현숙한' 본부인은 사실 남편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인형이나 다름없으며, 자식에게도 어머니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첩은 첩은 그저 가장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이다. 『옥루몽』의 양창곡은 기녀를 첩으로 맞으면서도 그들에게 순결을 요구한다.

저자는 고전에 통해서 그 안에 숨겨진, 차마 들춰보지 못했던 불편한 진실을 깨닫게 해준다. 때로는 참혹하고 모골이 송연해지겠지만, 마음 깊이 도사린 음험한 생각들을 꺼내들어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 두려운 현실을 피해 이야기 속에 꼭꼭 숨겨둔 가족의 신음과 한숨, 통곡을 들어보자.

저자소개

1969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옥루몽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전문학을 전공하면서 19세기 조선사회에 대중소설의 시대가 열리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그때 느낀 스토리텔링의 재미를 21세기 한국문학에서 현대적으로 되살리고 싶어 소설 창작을 시작했다고 한다. 끊임없는 연구와 창작 활동으로 고전을 현재에 되살리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성과가 2007년 제1회 뉴웨이브문학상을 수상한 『진시황 프로젝트』다.

그는 어느 틈엔가 외국 소설들만 가득한 자신의 서재를 바라보며 마음 한 켠에 부채가 쌓이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 평생 읽은 우리 소설의 마지막인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마음 아프고, 영화와 미국 드라마에는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며 아쉬움을 느낀다. 사람들이 우리 문학, 우리 소설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패배의식에 빠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남몰래 하고 있다. 최근에 나온 대중소설을 빠짐없이 읽고 거의 매일 영화 한 편씩을 보며 스토리텔링을 연구하며 창작의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진시황 프로젝트』는 그런 노력의 산물로 2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우리 문학과 역사의 간극, 과거와 현실의 경계를 뛰어넘어 미처 보지 못한 진실을 발견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로 변화시키고자 노력 중이다. 지은 책으로 『진시황 프로젝트』(2008), 『왕의 군대』(2011), 『홍계월전』(2011) 등이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소개

1장 우리 이 애를 묻어버립시다: 어느 평범한 어미 아비의 자식 살인미수기
-[손순매아] [헨젤과 그레텔] [장화홍련전]
그들이 없애려던 건 쥐떼가 아니라 자식떼다
효심으로 은폐한 패륜
배 좌수는 왜 장화를 시집보내지 않았을까
귀신이 되어서도 입도 뻥끗하지 마라

2장 어린 누이는 사람 먹는 괴물이 되었다: 간도 쓸개도 다 내준 부모의 비극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여우 누이]
달빛이 집어삼킨 누이의 비밀
자식이 여우로 변하는 순간
부모는 자식을 빙자한다

3장 내 오늘 좋은 꿈을 꾸었단 말이다: 첩이라는 ‘계약직 여종’의 인생
-[홍길동전] [사씨남정기] [춘향전]
홍 판서는 길동의 어머니를 사랑했을까
호부호형에 숨겨진 욕망
사악하고 음탕한 첩들의 항변
춘향은 내일을 보장받고 싶었다

4장 과거를 묻지 마세요: 정절과 포르노그래피를 동시에 꿈꾸는 가부장의 이중생활
-[구운몽] [옥루몽]
기녀들아, 순결을 지켜라
추잡한 독점욕의 징표, 앵혈
탐욕스런 남자와 파렴치한 공모자

5장 저년을 잡아 내려라: 본처의 ‘투기’와 정체성 찾기의 몸부림
-[옥루몽] [홍계월전]
현숙한 본부인, 첩의 목을 베다
누가 그녀를 투기로 내몰았나
네 어떤 더러운 물건이기에
욕망의 대결에 가려진 슬픈 진실

6장 쓸모없는 지아비는 따르지 마라: 무능한 가장들의 비참한 타자화
-[흥부전] [심청전] [변강쇠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새끼 내지르는 일뿐
심 봉사의 무능함은 조작되었다?
가장은 무엇으로 사는가

7장 어찌 과부라고 해서 정욕이 없겠느냐: 과부 재혼 금지와 열녀 만들기 프로젝트
-[열녀함양박씨전]
닳아빠진 엽전에 얽힌 설움
그들의 인생은 날조되었다
어머니, 이제 그만 죽어주세요

8장 쥐뿔도 모르는 게!: 지아비의 빈자리에 스며드는 의심
-[쥐 변신 설화] [옹고집전] [배따라기]
배를 가르니 쥐새끼가 나왔다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지나
옹고집네 식구들이 웃음거리가 된 까닭은
쥐 잡던 날의 비극

9장 너 원한 적 없어: 균열과 전복, 그리고 가족의 재탄생
-[최고운전]
날개 달린 아기장수의 죽음
금돼지의 핏줄이 꿈꾸는 새로운 질서
지금 이후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자식은 부모를 배반한다
원하지 않아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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