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설헌(1563~1589)의 본명은 허초희이다. 사대부가의 딸로 태어나 탁월한 시 창작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그 당시로서는 드문 열려 있는 남녀평등한 교육을 받았다. 15세에 결혼하였으나, 불행한 결혼생활에 더하여 친정 가문이 몰락하고, 더구나 두 아이가 돌림병으로 죽고 유산까지 하게 되어 27세의 나이로 한 많은 생을 마감하였다.
그녀의 시는 동생 허균이 명나라 사신들에게 소개하여 중국에서 [허난설헌집]을 발간하게 되었고 일본에까지 전해졌으며 크게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저자는 그 허난설헌의 삶을 판타지 형식을 빌어 현대로 데려 오고 이곳에서 사회적 속박에 얽매어 불행하게 살았던 삶대신, '허초희'라는 자신의 모습으로 당당한 한 여성으로 거듭나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독자는 메마른 땅이 봄비에 젖듯 촉촉한 감수성을 회복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허초희의 아름다우면서도 갸날프고, 여린 듯하면서도 강인한 여성의 모습과 그 모습을 세워주기 위해 순수한 사랑을 아낌없이 부어주는 외과의사 지욱의 모습은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