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우리 민족사는 참으로 척박했었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던 마르크스의 독설이 한국역사의 행보였기에 역사과 문학은 피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시인들은 고단함과 수고로움을 잊거나 극복하기 위해 그들의 상상력이 만났던 세상을 펼쳐 보였다. 그곳은 우리에게 현실에서 더욱 당당할 것과 아름다울 것과, 그리고 슬기로울 것을 종용하였다. 서정주와 박재삼이 따뜻했고, 김춘수는 반짝거렸고, 신동엽은 씩씩했으며 전봉건은 뜨거웠었다. 이들의 개인적 한계점을 차치 해 두고라도 그들은 나름대로 서성이며, 아름다워야 할 세상을 그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상상력을 따라가다 보면 신화는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공명임을 알게 된다.